- 한동안 꿈을 잘 꾸지 않았는데 지난 며칠은 밤마다 꼬박꼬박 꿈을 꾸었다. 기분 좋은 꿈, 기분 나쁜 꿈. 반가운 사람이 나오는 꿈, 탐탁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꿈. 특별히 해몽 따위 믿어본 적 없지만, 꼬리를 무는 꿈들 덕에 요즘은 아침마다 마음이 울렁였다. 쓸데없이. 쓸데없어.
- 지난 새벽 꿈엔 군인들이 나왔다. 낯선 동네에서 한밤중에 낯선 버스를 탔다가 컴컴한 종점에 실려갔는데, 무장한 군인들이 버스 종점을 메우고 있었다. 들어오는 버스들에 대고 경고인지 훈계인지 험악한 말들을 뱉어내는 우두머리가 보였고.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 서울을 떠나 산 것도 4년이 되어간다. 언제부턴가 많이 어렵지 않게 잠들 수 있게 되었고, 언제부턴가는 익숙한 얼굴들이 꿈에 등장하지 않더라. 얼룩진 기억들도 많이 바래졌나 보다. 미워할 이름이 없어지면서 그리워할 이름도 함께 사라졌지만, 불만은 없다. 적막하지만 아프지는 않은 생활이니까. 이거면 일단 됐다고.
- 복잡하게 생각하니 자꾸 복잡해져. 모든 걸 배배 꼬아 생각하는 버릇을 좀 떼어놓고 싶다.
- 하고 싶었던 건 결국 하게 됐다. 이루고 싶었던 것들은 대충 이룰 수 있었다. 유난떨고 억지부리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어떤 식으로건 종국엔 뜻대로 걷게 된 길이었다. 어디서 나이를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는 살았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고마운 일이지.
- 디자이너 직함을 달고 2년쯤 살았더니 이제 누군가에게 나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다른 직업을 갖고, 다른 전공들을 짊어지고 살던 것이 고작 수년전인데, 이따금 그런 얘기를 꺼내야 할 때면 무슨 동화구연이라도 하는 느낌까지 든다. 나는 기술자로 사는 공부쟁이인가, 공부쟁이 흉내내던 기술자였나.
- 사는 게 연필을 떼지 않는 한붓그리기 같았다. 꼬박 30년째 어떻게든 연속선이 끊기지 않게 하려 노력했는데, 선이 길어지면서 자꾸만 깜빡깜빡 흐름을 놓친다. 끊어질 땐 끊어지게 두고 새로 그을 선을 새로 그어야 옳은 걸까. 모든 것이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바랄 게 아니라 편안히 깨고 다시 잠들 수 있기를 바라는 게 현명할지도 몰라. 깨야 한다면 깬다. 잠드는 것도 깨어나는 것도 끝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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