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찬바람에도 비닐수트를 입고 40분쯤 달리고 왔더니 땀이 한 바가지.
- 한참 달리고 돌아오면 힘이 들지만, 달리지 않고 지내는 날들은 더욱 힘들다. 게을러서 빨래도 청소도 샤워도 멀리하는 주제에 밤마다 꼬박꼬박 뛰는 이유는 단지 그것 뿐이다. 악착같이 몸매를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강철체력을 키우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달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 머리 속에선 잡생각들이 곰팡이처럼 쉴새없이 번지고, 핏줄 속엔 뜨겁고 독한 것들이 틈만 나면 타고 드는데. 온몸의 에너지를 모조리 집중해서 태워버릴 만한 운동이 아니고는 이걸 견뎌낼 수가 없더라고.
- 축구도 농구도 야구도 즐기지 않는 내게 군대에서 한 고참은 세상에서 운동을 제일 싫어하는 샌님 취급을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어도 맞는 말도 아니었지. 가만 보면 내게 언제나 운동은 일종의 종교, 어쩌면 치료와 같은 거였거든. 취미삼아 즐기려고 운동에 빠진 적은 없어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늘 어떤 식으로건 어떤 종목에건 집착하고 있었으니까. 태권도, 검도, 달리기, 심지어 (군대에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뭐 종목은 꾸준히 바뀌었어도 그 목적이 달랐던 적은 없어.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몸을 힘들게 해서 기운을 쪽 빼버리는 것.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
- 난 세상이 다 알 만큼 소심한 인간이라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한 적이 잘 없어. 설상가상 공부 좀 했다고 잡지식이 늘고, 나이 좀 먹었다고 사람들 속에서 치이고 나니 점점 더 움츠러들더라. 아는 게 많아지고 겪은 게 많아지니까 계산할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조심할 것도 많아지는 거지. 애초에 대인배는 못 되니 오만가지 털어내지 못한 변수가 다 스트레스로 돌아오고, 이걸 말로 풀어내질 못하니 마음이 끙끙대다 몸도 힘들어지잖아. (뭐, 교과서 용어를 빌자면 심인성/신체화 혹은 psycho-somatic 증상들이랄까) 만성 두통에 수면장애, 잊을만하면 소화계 문제. 말도 말라니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몸을 몰아쳐서라도 마음을 풀어내며 버티는 수밖에.
- 마라톤을 뛰고 나서 출근했더니 중년의 아트디렉터 아저씨가 나는 한 블럭도 다 못 뛰겠던데 뭐하러 미친놈처럼 그 먼 거리를 뛰어다니느냐며 웃더라. 회사 사람들은 깡마른 빡빡머리 동양인이 운동 좋아하고 팔다리에 쇳덩이-_- 달고 다니니까 무슨 중국 무술영화 비슷한 상상이라도 하는 모양인데,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구는 명상을, 또 누구는 기도를 하고, 다른 누구는 달달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나는 마음을 달래려고 똥꼬 주름이 펴지도록 달리고 쇳덩이를 들어. 그걸로 부족해서 일주일에 5일 정도는 팔다리에 금속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거고. 뭐 별다를 거 있나. 제각기 방식대로 제 살 길을 찾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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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 자기전에 음악을 틀어놓고 워밍업,스트레칭을하고 복근을 소위 배가 진짜찢어지지않을만큼만 하는데 이거 하루라도 빼먹으면 이상하게 그날 뒤척이고 금방 잠이 안와요 -
그러면서 몸에 땀낼때만큼은 몸에담아두던 음식은 물론, 머리에 먹어뒀던 음식도 소화시키는 느낌? 이 들어서 좋아요
작년에는 밤에 미친듯이 달리고그랬는데
한번 아무도없을때 개짖는소리/무서운상상/따위를하다가 엄마무서워나안해 이러고관뒀어요'-'
갑자기 그 달린다음에 달궈진몸을 이끌고 집에들어가는 그 배가시원해지는느낌이생각나네요 .
모쪼록 건강!건강!입니다 :)
그러다 복근 찢어집니다. -_-;
사실 어렸을 때 저는 늘 빌빌대는 약골이었는데
자라는 동안 어찌어찌 튼튼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네요.
네, 네. 건강해야지요. 4일간 엄니가 방문중인데
덕분에 매일밤 고단백 식단으로 체력 보충중입니다 ^_^
난 달달한 음식! 완전 좋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싶으면 달달한 음식이 딱이더라구.
차가운 맥주에 달콤한 초콜렛까지 있으면 만사 오케이!
이런 음식 계속 좋아했다간 울 아들이 엄마 챙피하다고 하겠지만....너무 좋다구.
사실...얼마전에 큰 병에 걸렸어도 식이요법 잘 하면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욕하고, 절제하고 하면 몸도 깨끗하고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난 아직 얄팍하고 단순한 인간이라 그런지 달착지근, 매콤쌉쌀, 알콜 이런 음식을 완전 빼고 살기엔 삶이 지루할 거란 생각이 들더라. 난 가끔(자준가?) 몸에 자극적이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음식을 먹으며 내 즐거움을 찾을 거라우.
엄니가 뚱이 동영상 보여줬어. 여전히 신나고 기운차고 예쁘더만.
근데 펄펄 날아다니고 말도 많으면서 아직도 기저귀 차고 다니더라?
그간 모르던 집안 얘기도 몰아서 듣고. 서울 사는 사람들 막 궁금해졌어.
길건 짧건 내년 여름쯤엔 서울에 가야 할 것 같으니까 그때 뭐 좋은 거 먹자. 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