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눈이 옵니다.

new york days 2009/12/20 00:42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생활에
술까지 만땅 들이키고 잔 덕분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쳐박혀 잠만 잤다.

피로와 과음이 겹칠 때면 으레 꿈을 꾼다.
별 내용도 없고 한결같이 정신없고 바쁘기만한 꿈.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역시 별반 내용은 없었다.

꿈에는 온갖 벡터 그래픽 작업이 이어졌고
고차방정식과 삼각함수 적분 문제를 푸는가 하면
옛 친구와 위험천만 동굴탐험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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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두통과 욕지기에 시달리며
자다 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 끝에
저녁 여덟시 무렵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야채를 사려 집앞 수퍼로 나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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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파트 현관을 여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몇 시간은 내린 듯, 발이 빠질 정도로 쌓여있더라.

( 아, 그렇다. 우리집 옆집은 점집이다. -_-; )

그렇게 눈이 쌓이는 동안 드나든 사람은 없었던가 봐,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내가 뽀도독, 첫 발자국을 심었다.
사소하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그래도 뿌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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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부시게 하얀 풍경에 기분이 살짝 들떴고
누군가에게 호들갑스레 전화라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접고 말았다.

동네 꼬마들이 자지러지게 깔깔대며 눈싸움을 하더라.
츄리닝 바지에 군용 깔깔이,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이젠 한동안 포기해야겠지. 발가락 얼어 떨어지는 줄 알았거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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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고추를 넣어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혼자 국을 끓이고 밥을 하고 고기를 구워서
식탁에 차려놓고 앉자니 또 할매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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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돌아가신지 이제 2주기가 되었단다.
2년 전 그 밤에도 눈이 펑펑 쏟아졌더랬지.

이상하게도 종일 불안하고 심장이 뛰던 그 날.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정류장의 풍경도,
자정 무렵에 울리던 전화벨 소리도 생각나.

할머니. 우리 할머니.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
2009/12/20 00:42 2009/12/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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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곤 2009/12/20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님 뉴스보니까 동부에 눈보라장난아니던데 안전하싶니까?
    전 한국갈라고 공항가는길에 눈길에 미끌어져서 여기 머물고있답니다 하하하
    몸은 정상인데 뱅기가 없다니 하하하하
    눈보라에 몸조심하십시요!!

    • 범한 2009/12/20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은 눈이 그쳤고 햇볕도 쨍쨍하지만
      밤새 정말 엄청나게 쏟아진 모양이네.
      창밖으로 쌓인 모습이 장난 아녀.

      집에 가나? 영영?
      여튼. 안전한 여행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