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판 모 디자인 잡지에 소개됐던 기사 한 편을 소개함.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욕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한번쯤 소개해 줄 만한 기사라고 생각했었거든.
디자인 계통 종사자들을 주 독자층으로 삼은 글이지만,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감될 만하므로
쓸데없는 내용들은 과감히 편집해 버리고,
일부만 발췌/정리/번역해서 올려봄.
( 수준급 번역물이 아니라 부끄럽삼 ; )
... 불성실한 스캔 -_- 과정에서 일부 이미지가 흐릿해졌으니 양해 요망.
- 원문 작성/일러스트 : Danny Gregory
- 발췌/번역/편집 : 유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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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욕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한번쯤 소개해 줄 만한 기사라고 생각했었거든.
디자인 계통 종사자들을 주 독자층으로 삼은 글이지만,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감될 만하므로
쓸데없는 내용들은 과감히 편집해 버리고,
일부만 발췌/정리/번역해서 올려봄.
( 수준급 번역물이 아니라 부끄럽삼 ; )
... 불성실한 스캔 -_- 과정에서 일부 이미지가 흐릿해졌으니 양해 요망.
- 원문 작성/일러스트 : Danny Gregory
- 발췌/번역/편집 : 유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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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마련할 것
볼펜, 마커, 싸인펜, 뭐든 맘에 드는 걸 선택한다.
일단 너무 가늘거나 너무 굵은 종류는 피하는 게 좋다.
연필을 사용하거나, 한번 그린 선을 지우지는 말 것.
그리던 선이 마음에 안 든다면, 바로 옆에 새로 그리도록.
이제 시작하자. 의자를 그리고, 머그잔을 그리고,
탁자를 그리고, 사람도 그려보자

베이글을 산다
소금, 참깨, 양파 등, 위에 뭔가 붙어있는 것이면 더욱 좋다.
베이글이라는 행성 표면에 지금 막 착륙한 우주인이 되어,
베이글 표면의 참깨 하나하나까지 지도로 기록해 보는 거다.
각각의 지형지물에 대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겨보자.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데 있다.
여기서 그리는 그림은 흔한 "아무 베이글"이 아니라
바로 여기만 있는 "특별한 베이글"인 거다.
세상의 다른 어떤 베이글도 이것과 똑같을 수 없고,
당신은 이 베이글을 친근하고 다정하게 살피는 것.
아름다운 일 아닌가? 그야말로 예술.

어렸을 때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였다.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일이었으니까.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고,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는 작곡가이자 가수였으며,
인형과 장난감을 지휘하는 영화감독이었고,
때로는 전사도 되고 공주도 되는 영화배우였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과 즐거움은 결국 잦아들고
그와 함께 생산적 창의성도 떠나가고 만다.
이런 변화는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그림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예능계로 빠지고
그 외의 친구들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강요되니까.
그 다음 갈등은 대학을 고를 때 이어진다.
순수예술을 전공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예술이란 위험하고 돈 안 되는 분야라는 걱정,
밥벌이도 못 할 거라면 시작도 말라는 위협이 태반이고.
결국 취업에 용이한 마케팅, 회계 등을 선택하거나
정 "예술적" 계통을 고집하겠다면 실용적인 전공,
디자인, 광고, 건축 등으로 향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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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신체 활동은 오랫동안 쉬면 녹슬고 만다.
농구 자유투도 그렇고, 자동차 운전도 그렇다.
그렇다 보니, 아-주 가끔씩 오랜만에 연필을 잡더라도
막상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실망스럽기 십상이고,
결국 다시는 그림 따위 그리지 말아야지 다짐하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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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굳이 왜 그림을 그려야 할까?
.... 간단하다.
우리의 직업, 행복, 생활이 달린 문제니까.
이건 깔끔한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고,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게 목표다.
... 컴퓨터 마우스가 아닌 크레용을 붙잡던 어린 시절,
거침없던 마음가짐을 되살려 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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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그리기.
여러 브랜드의 음료를 모아놓고 "시음회"를 즐겨보자.
오렌지맛 음료수, 생수, 치약, 기타 등등, 무엇이든.
포장, 패키지를 그려보자.
와인을 음미하듯이, 각각의 향취를 묘사해 보는 거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을 시도해 보자.
여유가 된다면 직접 요리를 해본다면 더욱 좋다.
레서피를 적고, 직접 만든 요리를 그려서 기록하자.

천천히.
지금 그리는 속도가 얼마나 되건,
지금의 절반 속도로 그리자.
그리려는 대상의 외곽선을 최대한 품으면서.
뻐근할 정도로, 음미하듯 천천히 그리자.
대상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모든 모서리와 표면 질감을 분석해 보며.
손에 쥔 펜끝이 종이 표면에 닿는 것을 느끼면서,
주의깊게, 정교하게, 차분하게 그리는 거다.

무작위로!
스케치북의 빈 페이지에 미리 즉흥적인 상황을 마련해 두자.
물감이나 얼룩을 칠해두거나, 종이 조각 따위를 붙여두는 거다.
나중에 그 페이지에 다다르게 되거든,
주어진 장애 상황에 대응해서 그려보자.
그 위로 덮어 그리고, 색깔을 칠하고, 콜라쥬를 만들고.
이런 식으로 우연과 즉흥에 대처하는 건
새로운 아이디어 뽑아내기에도 도움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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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또는 스케치북).
드로잉에 관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고
창의력에 시동을 걸어주는 쉬운 방법이 있다.
텅빈 연습장, 스케치북을 하나 사서
펜을 잡고, 그냥 그리기 시작하는 거다.
막 그리고, 못 그리고, 터무니없게 그리고,
어이없게 그리고, 그냥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또 그리고, 계속 그렇게 그리는 거다.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로고를 그리지 말고
아침식사를 그리고, 출근길 옆 사람을 그리고,
애완동물을 그리고, TV 드라마의 장면을 그려보자.
클라이언트를 그리고, 마우스를 그리고,
직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그리자.

그리면서 글로 기록하자.
아이디어를 적고, 전화번호를 적고, 점심메뉴를 적고.
가보고 싶었던 박물관 이름을 적어두고,
먹어보고 싶은 음식도 적어보고,
여행하고 싶은 장소도 적어보자.
또, 페이지를 디자인하는 거다.
각각의 페이지마다 독특하게 구성하며,
마치 돈 받고 작업하는 레이아웃처럼.
개성적인 글꼴도 만들어 보고,
짤막한 하이쿠도 적어 보고.
다양한 실험도 해본다.
펜, 마커, 물감, 딱풀, 도장 등등,
이것저것 시도하고 사용해 보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면, 다음 장으로 넘기고.
그림이 영 시원찮다면, 다음 장으로 넘겨 버리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다면, 또 다음 장으로 넘기고.
그게 비결이다.
꾸준히 하자.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의무나 책임감으로 생각하지 말고,
하루 10분, 20분씩, 짧은 휴가를 보낸다고 생각하자.
그림 그리기는 유동적이면서 쉽고 간편한 활동이니까.
요가 클래스처럼 시간 맞춰 갈 필요도 없고,
마사지 서비스처럼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고,
그냥 펜만 잡으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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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쥬 기법을 마스터하라거나
비밀일기 쓰듯 은밀한 얘기를 털어놓자는 게 아니다.
주기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쌓고,
직업활동 이외의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관찰한 것들을 기록해 두는 활동을 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질 수 있다.
살아가는 일상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게 된다.
꽃향기를, 커피향을 더 생생히 느끼며
매 순간을 더 가까이 살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시큰둥하게 들린다면,
행복한 사람들은 문제 해결에 더 신속하고
그만큼 돈도 더 잘 버는 법이라고도 덧붙이겠다.
그림 일기는 그래서 중요한 거다.
이런 식의 일기장을 써나가다 보면
관찰 활동에 사용되는 두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각기 다른 관찰 내용을 다양하게 연결지을 수도 있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관지어 보고,
연상작용을 통해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 더 편안하고, 개방적이고, 지각있고, 재미있는 사람,
곁에 있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되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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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아
상업적인 소비주의는 사탕과 비슷해서,
너무 과하면 혀가 아리고 마음이 공허해진다.
난 너무 많이 사서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잊고 산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소유에 대해 더 많은 의미를 찾으려는 중이다.
음식 일기를 남기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일주일간 먹은 음식을 빠짐없이 그려보자.
그림을 그리는만큼 군것질은 줄어들 거다.
아니면, 갖고 있는 물건을 몽땅 그려보자.
전부 다. 갖고 있는 책들, 냉장고의 버터,
신발장에 있는 신발끈까지, 전부 다.
자신의 존재를 겸손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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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리디아 벨라드라는 디자이너의 말을 빌자면,
이런 식의 그림 기록 습관을 키우면서부터
"예술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됐다.
이건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나.
색칠을 하면서도 재밌어서 하는 거고,
스케치를 하는 것도 그저 즐거워서 하는 거다.
다른 건 잊어버릴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진다.
스케치북에 중독된 기분이다.
더 좋은 중독이 있겠나?" ... 란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일기처럼 기록을 남기면서
삶이 더욱 인간답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자신만의 그림, 자신만의 예술을 매일 만들어내고,
특별한 목적 없이 순수하게 자신을 표현한다는 건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에도 힘이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이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더 분명하게 깨달을 수도 있을 거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관찰하는 법에 익숙해지면서
더 깊어지고 참을성 있는 사람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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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인 켈리 킬머의 이야기,
"본인의 스타일, 좋아하는 물건,
좋아하는 색깔 등을 알아가게 됐다.
그림일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들을 발견한 거다.
나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 쌓여가고 있다.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예술가로서의 역사다.
이를 보면 내가 여러 면에서 성장해 온 걸 볼 수 있더라.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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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슈와베커 씨는
디자인 스쿨에서 학위를 받았으면서도
20대까지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데,
"단순하고 어설픈 그림을 처음 그려본 게 시작이었다.
순전히 나만을 위한 것, 나를 위한 일기장처럼.
벽에 걸어둘 것도 아니고, 고객을 위한 로고도 아니며,
정말 완전히 나만을 위한 그림이었다. 그게 큰 차이더라.
... 이젠 편히 쉴 수 있는 해방구를 찾아서 즐겁고
내 일상의 모습들을 종이에 담아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
나 자신을 위해서." ...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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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디스플레이 디자이너 켄 맥카시 왈,
" ... 특히 블로그에 올리려고 그림을 그리는 경우에는
뭔가 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행동을 하는 기분이고,
어쩐지 훗날 다시 찾아보고 싶을 그림이 되는 느낌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 사진들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안타깝고, 내 인생의 기록을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금 시작하려는 거다.
그림은 아무데서나 그릴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안 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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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들이 채워지고 쌓이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지금껏 걸어온 길, 어떤 순간 느꼈던 기분들과 생각들,
문득 찾아왔던 영감들이 그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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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동안엔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있는 대상에 대해, 오늘 하루에 대해,
지금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서.
이들을 기록하고, 기념하고,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
여지껏 그림 그리기를 주저하고 있었다면,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했거나
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마음은 벗어두고
그림 그리기를 일상에 들여와 보자.
일단 그림을 하나 그리고.
한 장 넘겨서 또 하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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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로.
스케치북 일기장에 직장을 빼놓지 말자.
하고 있는 일을 챙겨서 기록해 보고,
왜 하는지, 일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적어두자.
실수를 했다면 인정하고, 배운 교훈을 정리해 보자.
클라이언트의 반응을 고스란히 적어보고,
그에 대한 본인의 반응도 기록해 보자.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무엇이 그 아이디어를 촉발시켰는지 생각하고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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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점심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해 보자.
출퇴근 시간도 이용해 보는 거다.
길가에 자리를 잡고 잠깐 앉아서,
시야에 들어오는 걸 뭐든 그려보자.
건축물, 행인, 벤치, 표지판, 자동차,
비둘기, 쓰레기 등등.
모든 대상의 표면을 있는 그대로 보고,
디자인이나 실용성 따위는 잠시 잊어두자.
프로의식은 치워두고, 그냥 그리는 거다.
느슨한 손목과 활짝 열린 마음으로.
2009/12/20 17:39
2009/12/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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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
정확한 원근법, 사실적인 인체비례, 미묘한 연필선의 중량감 등등,
기술적인 측면은 공부와 연습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지도를 받으면 금방 효과를 키울 수도 있지만
그림을 생활의 일부로 끼고 사는 습관은 본인의 몫이더군요.
대상을 사진처럼 똑같이 닮게 그리는 것만이 그림의 즐거움은 아니니,
즐겁고 설레는 마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림 인생은 성공인 겁니다!
아아 잘봤어요 감사_
흥미있으셨다니 뿌듯하네요.
사실 이런 식의 책이나 기타 자료들도 꽤 모아두었고,
제 스스로도 그림과 전혀 무관한 전공으로 경력을 쌓다
뜬금없이 절반의 그림쟁이로 선회한 입장이다 보니
시시콜콜 좌충우돌 경험담도 들려드리자면 적지 않은데
관심만 있으시다면 두고두고 조금씩 풀어보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