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영어 이름 없이 한국식 이름만 사용하면서 살려면, 똑같은 사람에게도 몇 번씩이나 이름(철자와 발음)을 상기시켜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아무리 반복해줘도 결과가 시원찮기는 마찬가지. 수 년의 미국생활 끝에 타협점에 도달한 몇 개의 호칭.
셰익스피어가 그랬듯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 아니겠나. 군대 있을 때는 "뻠쓰"라고도 불렸고, 독일에서는 "붐"이라고도 불렸지만, 이젠 저마다 자기 식대로 불러대는 말들이 다 그냥 내 이름같아.
- Berman [ˈbɜrmən]. 아무래도 내 본명과 가장 근접한 발음 구조를 가진 영어 이름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식으로 나를 부르는 사람도 제법 많다.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대개 내 이름의 철자는 아예 모른다.
- Buhman [ˈbu:man, buˈma:n]. 범한의 영문 철자인 'BUMHAN'에서 U와 A를 각각 '우'와 '아'로 발음하면서 생겨난 호칭, 부만. 내 이름의 철자를 Buhman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된다. 아무리 교정해줘도 잘 고쳐지지 않는 케이스.
- Boman [ˈboʊmən]. 그나마 한국식 '범한'의 발음에 많이 유사한 형태. 아예 처음부터 철자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소리로만 이름을 알려준 경우, 나를 이렇게 기억할 확률이 높아졌다. 단, 명함을 주거나 해서 내 이름의 철자를 알게 되면, 순식간에 혼란이 야기되곤 하더라.
- Bo [ボ-, boʊ]. 일본인 룸메이트들이 나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 "범한"을 "버만"이라고 알려줬더니, 지들 방식대로 "보만"이라고 부르다가, 급기야 자기들 맘대로 첫 음절만 떼어내곤 "보-'라고 하더라. 예의를 갖출 때는 "보-짱".
- B [bi:], Mr. B [ˈmɪstər bi:]. 사장/부사장을 비롯한 회사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이렇게도 불러보고 저렇게도 불러보고, 철자도 물어보고 발음도 물어보았지만, 끝끝내 내 한국 이름을 한국식으로 부르는 것을 포기해 버린 경우. 그냥 첫 글자만 따서 불러버리는 거다. 피차 속 편한 케이스.
셰익스피어가 그랬듯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 아니겠나. 군대 있을 때는 "뻠쓰"라고도 불렸고, 독일에서는 "붐"이라고도 불렸지만, 이젠 저마다 자기 식대로 불러대는 말들이 다 그냥 내 이름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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