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드로잉의 핵심은 껍데기를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에 있다. 관절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과시하는 일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드로잉을 헛배운 것이다. 우리가 그림을 통해 원하는 것은 카메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잡아내는 것이다. 모델의 개성을 보다 생생하게 살려내기 위해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자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손끝의 연필과 머릿속 두뇌가 하나처럼 조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그러고 보니 한 몇달간 제대로 된 드로잉 연습을 하지 않고 지냈다. 디자인 전공에 몰입할 수록 그림을 그릴 일은 적어진다는 것은, 글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만 동의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현업의 디자이너들은 물론, 강단에 서는 디자인 교수들조차 (디자인 목적이 아닌) 드로잉 연습에 몰두하는 일을 천시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디자인이란 본질적으로 "문제해결"의 과정이기에 언제나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신성시하므로, 목적도 목표도 없는 순전한 드로잉의 가치를 경시하는 듯한 시선이 깔려있달까. 그래, 아마 이런 점에서 두 분야는 닮을 수는 있어도 한 몸이 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만났던 대학원 학장 할아버지가 "개인적 표현을 억누르고 타인의 문제 해결에만 몰두한다"면서 디자인 계통을 못마땅해 하던 생각이 나누나.
- Richard Williams
그나저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을 듯. 2차 세계대전 흑인 참전용사들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중이라는데, 한 지인이 내 그림을 보고 엮어주겠다고 소개해 온 상황이다. 일단은 역시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단 그림쟁이라고 해도 해볼 수만 있다면 (돈도 벌고)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 내심 크게 기대중.
여튼,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쪽에 빠져지내느라 연필잡기를 게을리했으나, 손이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다시 손끝이 닳도록 그림 연습에 매달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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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애니메이션~! @ܫ@ /
애니메이션 작업을 재학시절에 해봤는데...후덜덜이었죠...
다리 밑에서 남자애 하나가 힙합 춤을 추는 거 였는데...그 때 애니메이터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그림 공부 제대로 할려면 애니메이션 만들어 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 후에도 그림 공부한다고 몇장면 동화를 그려본적이 있는데...공부는 많이 되는데...손이 느리니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ܫ-;;
부러워요~!
흠...그런데 연습드로잉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니...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네요.
디자인 계열에 대해서는 잘모르지만...
3D 애니메이션은 모델링만 충실히 해주면, 카메라/조명/운동 등 대부분의 작업을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처리해줄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한데. 전통적인 2D 작업은 정말이지 아무나 덤벼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디즈니 황금기 작업방식에 대한 강좌 DVD와 서적을 들춰보고 있는데, 그 시절 그 양반들 진짜 완전 천재였더만요. +_+
아직 제작기획이 다 안 끝난 상태라 제가 참여하게 될 수 있을지 어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기대는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픽디자인 계열에서는 "드로잉은 잘 하면 좋지만 못 해도 큰 상관없는 기술" 정도로 치부하더군요. 아이디어를 스케치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는 거죠. 디자인이라는 것이 "목적"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다보니, 특별한 "목적"없이 그림 연습만 하는 건 쓸데없다는 관점을 가진 것 같아요. 디자인의 일부로 사용할 그림이 아니라면 그림연습에만 매달리는 건 실용적이지 않다는 거죠. 이건 마음에 안 들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