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차 뉴욕을 방문하는 지인들이나 어학연수생 자격으로 생활중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뉴욕을 바라보며 느끼고 있더라. 시트콤과 영화에서 보여진 뉴욕의 이미지를 감동스레 추적하며 소비하는 사람들, 서울과 다를 게 뭐냐며 심드렁하게 늘어지는 사람들, 시시콜콜 작은 것들조차 거창한 의미부여를 하려 노력하는 사람들 등등. 때로는 통찰력이 엿보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무지와 편협함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어떤 식으로건 이 도시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곰씹게 만들곤 한다.
- 내가 아는 뉴욕은 그냥 내가 아는 뉴욕이다. 시각예술과 디자인과 광고 산업의 세계 수도인 뉴욕. 그 정도. 달리 말해, 나는 패션과 쇼핑의 도시 뉴욕에 무지하고, 공연예술의 도시 뉴욕에 까막눈이며, 밤문화의 도시 뉴욕에 젬병인 사람이다. 자랑도 아니지만, 그냥 사실인 걸 어쩌겠어. 가볼만한 갤러리, 흥미로운 전시 소식은 얼마든 짚어줄 수 있고, 잘 나가는 광고/디자인 에이전시 이름도 줄줄이 챙겨줄 수 있지만, 물 좋다는 클럽이 어딘지, 명품 쇼핑은 어디서 해야 하는지, 뮤지컬 표는 어떻게 싸게 구하는지 등에 대해선 딱히 해줄 말이 없는 거. (오랜 힙합 팬이면서도 동부 힙합의 메카 뉴욕에서 그 흔한 힙합 쇼케이스 한 번 안 가봤으니 알 만 하지)
- 뉴욕에 왔다면 이것만은 꼭 보라든가, 무엇 무엇을 보지 않으면 뉴욕을 다 본 게 아니라든가, 그런 식의 조언을 달라면 딱히 해줄 말이 없고. 뉴욕은 이러이러한 도시이므로 꼭 그런 점들을 느껴보고 가라고 가르쳐 줄 깜냥도 안 된다. 그냥, 햇수로 3년째 이 동네에 살면서 대충 3년치 보고 듣고 겪은만큼 내 나름의 느낀 바는 있었고, 원한다면 내가 느낀 내 생각이야 얼마든 공유할 수 있지만. 정답을 원한다면 정답을 줄 수는 없다는 거지. 단정적으로 똑부러지는 지시를 원한다면 여행 가이드북을 뒤져보는 편이 빠르고 확실할 거야. 서울에서 1년 살았다고 서울 다 아는 서울사람 되는 게 아닌데, 여기서 잠깐 지내다 갈 거면서 어떻게 여길 다 알겠다고 욕심부릴 수 있겠어.
- 굳이 단정적인 말을 한 마디쯤 꼭 해달라면, 많이 걷고 많이 만나고 많이 부딪혀 보라는 말 정도? 세계 어느 도시나 그렇지 않겠나, 더 깊고 풍부한 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뉴욕에서 오래 살아온 (더 욕심을 부리자면 뉴욕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과 친해져서 그들로부터 힌트를 얻는 게 좋을 듯. 내 친구 누구는 뉴욕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던데, 연예인 누구는 뉴욕에서 어떤 경험을 했다던데, 그런 것들에 크게 연연하지 말고.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성을 가져본다면 제법 기억에 남을만한 체류가 되지 않을까.
- 최근 뉴욕 지역을 방문했다던 몇 명의 지인들과, 조만간 뉴욕을 찾을 거라는 몇 명의 지인들과, 그 외 면식없는 (-_-;)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막연히 던지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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