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 아는 사람은 많아져도 친구는 적어지고, 뱉는 말은 많지만 통하는 생각은 적어진다. 누구 앞에서나 쉽게 웃게 됐지만 정작 즐거운 순간은 드물어졌어. 아니, 지금 생활이 힘들다거나 불만스럽다는 건 아니야. 서울에서 살았다고 뭐가 많이 달랐겠어?  어느 정도는 사회생활 하는 내 또래라면 으레 겪는 숙제일 테고, 또 어느 정도는 언제나 사람 사귀는 일에 까다로웠던 내 탓일 테고.


  •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너그러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편협함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도 느낀다. 내가 타인에게 너그러운 것은 그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들에 대해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거든. 용서도 포용도 아닌 외면과 방치. 나와 끝내 닿지 않을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용쓰는 헛수고는 이제 안 하고 싶은 거지. 할 만큼 했어 그런 건. 대화없는 면벽생활은 외롭지만, 소통없는 대화도 못지않게 외로운 법이잖아.


  • 욕심 가득한 20대를 욕심스레 살아냈더니 딴엔 아는 것도 조금 늘어났고 겪은 것도 그럭저럭 쌓였지만. 내가 아는 것 외에는 모두 모르는 것, 겪은 것 외에는 모두 못 겪은 것이잖나. 답답해. 충분히 여물지 못한 내 자신이 답답하고, 그나마 사방이 벽인 날들만 끝없다는 것도 답답하고. 새삼 인생이 공허하단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많이 움켜쥘수록 더 부족해지는 절박함이 처량하다는 거야. 내 그릇은 그냥 이 정도까진가 보다.
2010/01/20 11:58 2010/01/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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