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소수의 좋은 사람이 있고, 소수의 싫은 사람이 있고, 그 나머지 세상 사람은 그냥 잉여적 인간이라고. 며칠 전, 한 친구에게 내가 그랬어. 사람들이 날 잉여인간이라 생각해도 상관없다고. 어차피 그들도 내겐 잉여적 존재일 뿐이니까. 난 그래. 내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신경 쓸 만큼 정신이 풍요롭질 못해. 결국 있으나 마나 상관없는 존재들인 걸.
- 내가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난 그냥 관심이 없어. 흥미가 안 생겨.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뭐하러 신경 써. 내 고용주라거나 내 윗집 이웃이라거나 길 건너 가게 주인이라거나 내 나라 대통령이라거나, 어떤 식으로건 내 삶에 엮여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그냥 나한테는 강 건너 불일 뿐이잖아. 브란젤리나 커플이 결별을 하건, 누가 누구랑 사귀다 깨졌건, 누가 시부모한테 싸가지 있건 없건, 내가 열올릴 이유가 있나? 나랑 사귄 것도 아니고 나랑 결혼한 것도 아니고 나한테 싸가지 없는 것도 아닌데.
-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길길이 흥분하는 건 그만큼 자신의 삶에 몰입할 거리가 없기 때문인 걸까. 신종 플루에 어린 자식을 잃었다는 아비에게 슬프다면서 싸이할 시간은 있나보네 이죽거리고, 본업에 복귀한다는 미망인에게 시부모한테 먼저 가서 무릎 꿇어라 참견해 대고, 교제를 인정한 커플에게 누가 누구보다 아까우니 헤어져라 목청 높이고. 이래라, 저래라, 옳다, 그르다, 감 놔라, 배 놔라. 참 열심들이야. 이런 광경은 불쾌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단 신기하고 경이롭다. 아, 저렇게 (자발적으로) 열심일 수도 있구나. 난 하래도 못 할 것 같은데.
- 브란젤리나 커플이 아이를 낳은 것, 혹은 결별을 하네 마네 수군대는 것, 브래드 피트의 전 연인이 깐죽대고 떠들어대는 것. 이런 게 우리들 사이에서 요란하게 화제가 돼야 하는 거야? 나도 브래드 피트 좋아하고, 그 사람이 잘 먹고 잘 살면서 좋은 영화 꾸준히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인간이지만, 그 사람이 결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불교도가 되건 옴진리교인이 되건 심드렁할 거거든. 얄팍한 뒷얘기에 열을 올리는 저질 언론만 탓해야 하는 걸까. 공급이 수요를 만들기도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촉구하는 법인데. 게다가 정말로 그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적극적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거 같잖아. 어쩌다 눈에 밟히면 잠깐동안 열심히 관심 두지만, 시선 돌리면 금세 관심 없을 거니까.
- 어차피 나야 잉여적 존재이고 문화 개혁 따위를 주장할 적극성 따위도 없는 인간이다만. 타인의 삶에 참 관심 많으면서 막상 타인의 삶에 개입하기는 참 귀찮아하는 내 입장에서, 이게 아주 위압적이고도 놀랍다는 거지. 며칠 전에 보니까 모 웹툰 작가가 또 뭇매를 맞고 있던데, 한 번 둘러보자니 (늘 그렇듯이) 논점에 관계없이 과격하고 적극적이면서 맹목적인 열혈 인사들의 폭풍이 장난 아니더라. 순식간에 한 사람의 태도와 인격과 가치를 똥값 만드는 것도 쉽더만. 만에 하나라도 이런 회오리에 내가 엮이게 될 일은 없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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