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이 글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지쳐 보이는 당신이 안쓰러워서. 혼잣말처럼이라도 당신에게 몇 마디 전하고 싶었어. 무엇보다 앞서 당신은 내겐 몇 안 되는 오랜 친구이니까.
- 주어진 역할과 의무와 기대에 충실한 당신, 조금만 마음 놓고 이기적이 되어보는 건 어때? 나와 있을 때 당신이 편안해 했던 건, 내가 당신에게 이기적일 수 있는 여유를 허락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 이건 이제 와서 당신을 탓하려는 말이 아니고. 때론 배려심과 이타심을 보류하는 순간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야. 어차피 인생은 이기적인 거잖아. 부모에게 잘 하는 딸, 환자에게 잘 하는 의사, 후배에게 너그러운 선배, 선배에게 깍듯한 후배, 뭐 다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나를 챙기는 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 생산성과 효율성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더라. 당신도 알잖아. 수면시간 줄여가며 공부해서 성적 올리고 식사시간 아껴가며 일해서 돈 바짝 번다고, 그만큼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마음도 풍요롭게 해주진 않는다는 거. 그래, 이런 말 달갑게 들을 당신이 아니겠지만, 난 그게 늘 안타깝더라. 전공 공부에 뛰어난 사람, 직업상 능력있는 사람, 주어진 직무에 뛰어난 사람, 가치있는 사람, 생산적인 사람, 뭐든 점수를 매기자면 고득점을 할 사람. 그렇지만 노상 지쳐있고 힘들어하는 사람. 매사 다 잘 하려는 당신의 생산적 태도가 당신을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심지어 쉴 때도 잘 쉬고 놀 때도 잘 놀려는 생산적 휴식의 마음.
- 나는 당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으니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텐가. 그래, 그럴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그 말이 맞겠지. 부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줘. 잘난 척 당신을 가르치려고 드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말야, 난 오래도록 당신을 깊이 알아왔던 사람이잖아. 당신이 어떤 점에서 유독 취약한 사람인지도 그만큼 오래 겪고 느껴왔고. 당신 눈에 그저 헛다리 짚고 목에 힘주는 걸로 보인다면 별 수 없지만.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이 힘들어 하는 부분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도 그냥 내 착각인 건가? 잔뜩 힘 준 어깨가 결리는 것처럼, 당신의 견고한 이성이 그대를 옭죄지만은 않길 바람.
- 아마 당신이 이 글을 본다고 해도 내 하려던 말이 온전히 가 닿을지는 모르겠다. 쓸쓸한 일이지만. 당신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내 말을 들으려 했던 적이 별로 없었거든. 눈 닫고 귀 막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도 익숙할 만큼 익숙하니. 어차피 내게도 네게도 이젠 상관없는 일. 하찮은 내가 뭔 소용이겠냐만, 닿지 못할 말이라도 띄워보고 싶었다. 안녕. 안녕히 지내렴. 요령없이 아파하는 그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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