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에 갑작스레 떨어진 긴급 일감, 촉박한 기일을 맞추려니 주말에도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이면서 설날이고 발렌타인데이라고도 하는데 일하러 나가기 내키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출근 안 한다고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돈이나 벌자 하곤 털레털레 나갔다.
- 한창 일하던 중 런던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더라. 설날이라서 떡국을 끓여먹었다면서, 나도 챙겨먹는 게 어떻겠냐도고 덧붙이데. 서울 살면서도 떡국 챙겨먹었던 적은 잘 없었으니 이번에도 별 생각 않고 있었는데, 말을 듣고 보니 문득 떡국에 입맛이 동했다. 해떨어져 캄캄해진 저녁 퇴근길에 한인타운을 찾았는데, 어이쿠, 이건 뭐. 예쁘게 멋지게 차려입은 20대 남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 일요일이고, 설날이고, 특히 발렌타인데이라니까.
- 음식점들이 워낙 가득가득 차있기에 떡국은 가볍게 포기하곤 인근 설렁탕집에 가서 설렁탕을 한 그릇 비우고 왔다. 늘 그렇듯, 김치 그릇도 싹싹 비우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홀딱 배불리 먹었다. 그냥 집에 와서 맨밥과 김치를 먹을 걸 그랬나 잠깐 곰씹었지만, 하루종일 햇볕도 못 보고 쳐박혀서 일하다가 나오는 길이었으니 설렁탕 한 그릇 정도 먹을 자격은 있었다고 결론짓고 말았다.
- 집에 도착해서 메일을 확인해 보니까 영상편집실에 있는 모 씨가 이것저것 좀 수정해달라고 연락해 왔더라. 이 인간은 꼭 퇴근하고 난 다음에 연락하더라, 얄밉게. 버티고 있다가 출근해서 처리해줄까 했지만, 마무리 짓지 않은 일감이 있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그냥 에라 뚝딱 해치워선 옛다 먹고 떨어져라 하곤 던져버렸다. 이제 좀 쉬자. 아. 피곤하네.
+ 집 근처에 한인 수퍼마켓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는 이따금 찾아간다. 설날 저녁인데 또 괜히 적적한 마음에 술이나 사마시려고 나갔다가 근 한달만에 한인 가게를 찾았다. 근방에 히스패닉 가게, 중국인 가게, 인도인 가게, 유대인 가게들이 줄줄이 있는데, 파는 물건이나 가격대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서 보통 가까운 곳을 이용하게 되지만 (한인 수퍼는 상대적으로 멀거든). 이따금 한가할 때 찾아가면 돌아오는 길이 기분좋다. 워낙 한인이 없는 동네라서 주인장 부부나 나나 서로 그냥 반가운 거지. 거창하게 동포애 운운할 건 아니라도,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는 건 포근한 일이더라.
http://www.baadaa.net/kc/trackback/2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