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표준정규분포

  • 현대심리학의 뿌리에는 통계학이 있다. 본질적이고 당위적인 판단과 무관하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다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성을 나타내고 있다면 그것은 자연히 정상적이며 일반적인 현상으로 간주된다. 아니, 비단 심리학 뿐이겠는가, 사회학/경제학/정치학을 불문하고 인간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면 기본적으로 통계적 상관성(correlation)을 제일의 준거로 삼기 마련이다. 1표준편차, 2표준편차 안으로 표본이 수렴된다면, 그 정상군집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일반 특성에서 벗어나는 예외로 간주하는 편이 편리하니까.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라는 용어, 때로는 '정상분포'라고도 하는 이 용어가 우리 일상에서의 '정상'이란 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일반적으로 높은 우울증상을 보인다면 특정 수준의 우울감은 그 사회에서는 정상으로 간주되지만,  똑같은 수준의 정서상태가 타 지역에서는 비정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단다. 사실상 일상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정상/비정상의 판단 가운데 통계적 다수성이 아닌 본질적/당위적 근거에 의한 것이 얼마나 되겠나. 잘 생겼다 못 생겼다, 키가 크다 작다 따위의 개인 외모 문제, 돈을 많이 번다 적게 번다, 집이 크다 작다, 학벌이 좋다 나쁘다 따위의 사회 경제적 문제, 패션감각이 있다 없다, 그림을 잘 그린다 못 그린다 따위의 미적 감각의 문제 등등, 물리적 수량이 아닌 경우 대개의 판단은 지극히 임의적이거나 고작해야 상대적이다. 심지어 정상 혈압, 정상 심박, 정상 지능, 정상 체온 따위 신체 지표 또한 결국 통계적 정상범위를 놓고 판단하는 일이 아니던가.


  • 통계적 다수성 여부에 근거한 정상 범위 규정은 분명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다만 애초에 임의적이고 통계적이고 상대적으로 정해진 기준임을 망각하고, 마치 그것이 절대적이고 당위적인 진리라도 되는 양 착각한다면 모든 것이 위험해진다고. 사회적 다수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것이 사회적 정규/정상으로 간주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에서 벗어나는 사고와 행동이 비정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자"는 고상한 목소리에 "불쌍한 따돌이들을 챙겨주자"는 오만한 태도가 깔려있다면 차라리 닥치고 있는 편이 낫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싸움개처럼 발톱 세우고 핏대 세우기 전에 잠깐 정신차릴 것.


  • 필립 체스터필드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일반론을 즐겨 논하는 친구와는 교제하지 말아라"고 조언했다더라.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통계적 판단을 시도해서 정상/비정상을 구분하려는 경우, 최소한 두 가지의 심각한 위험이 동반된다. 1) 개인의 경험 범주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만큼의 표본규모를 보장하기 어렵거니와, 2) 혹시 통계적 유의규모 이상의 집단을 대상으로 표본을 수집했다고 해도, 해당 표본의 대표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 다시 말해, 개인의 판단은 개인의 판단일 뿐. "다들 그렇잖아"라든가 "원래 그렇지 않나"라든가 "보통 그렇더라"는 식의 근거없는 일반화 버릇은 자제해야 옳지 않겠나. 절대 일반성, 절대 정상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정상"이란 고작해야 "다수"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까. 
2009/01/20 18:38 2009/01/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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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한 몸? 별난 몸? 다른 몸! [over the nomal: 정상을 넘어서]

    FROM 별나라 고고싱 2009/10/11 21:34  삭제

    ♪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 - 패닉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대세

  1. 국화 2009/01/22 0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립 체스터필드의 조언 좋아요 . '일반론' 이란것 . 그거 참 재미있어요 .
    그런 부분에서 종종 쓴웃음이 지어지죠 . (일반론이란것을 싫어하지만..)
    대체 그 일반론이 누구의 기준인데 ? 부터 시작해보면 결론은 (물론 다는 아니지만) 애매모호한 납득이 안되는 것들이 쌓여 만들어지는것 같아요 . 더욱이 티비라는 것에서 보고 쌓아둔 일반론이라는 목록을 만나면 . 더욱 쓴웃음이 나와요 .

    • 범한 2009/01/22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TV에서 나왔어"하면 "그게 진리야"라는 말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서양 속담처럼, TV는 보여주는 매체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강한 신뢰를 얻는 것도 같구요. 그렇게 막강한 권위를 갖는 TV의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좋게 말해서) 만능도 아니고 실제로 무척 허술하거든요.

      가령, 소위 교양프로그램들도 (허술한 전문가 조언과 허술한 배경 지식을 기반으로) 비전공자들이 서둘러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공분야들에 대해서만큼은 TV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거기 출연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제가 훨씬 빠삭했어요. (예컨대 심리학과 정신병리를 다루는 특집 다큐를 심리학 석사 이상이 제작하는 경우는 못 봤고, 생태계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특집을 생명공학 전공자가 감독하는 경우도 못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는 TV를 타기 때문에 곧 진리가 되고, 저는 TV를 탈 수 없으니 쓸데없이 잘난 척하는 트집쟁이만 되고 말죠.

      뉴스보도처럼 직접적인 사실문제를 다룬다는 프로그램도 결국 타인의 관점으로 해석되고 걸러진 컨텐츠를 제공할 뿐이잖아요. 다중 미디어의 시대라는 21세기에도 구시대 매체와 씨름해야 하기는 여전합디다.

  2. 비밀방문자 2009/01/22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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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한 2009/01/23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공얘기를 (-_-) 살짝 추가하자면. 심리학에서 떠나지 않는 화두는 "천성"이냐 "교육"이냐의 문제에요. 대개 "선천과 후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게 되지만, 개인적으론 사회 생활에서 절대적인 준거는 후천적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배운대로, 요구되는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어울려 살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학습치나 기대치가 솔직한 개인욕구에 충돌할 때마다 "나는 정상을 벗어난 것인가"의 고민도 따라붙게 되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은 주변에서 한 명도 없었네요. 새삼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