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Skit. 음악에 미친 랍티미스트는 오늘도 밤을 새워>

윗대가리들 생각은 모두 다 좆같애
친구 열에 아홉의 생각이 다 똑같애
판사 검사 공무원이 엄마들의 지망
그녀는 몰라, 아들은 피아노 잘 치는 게 희망
- Dead'P "Revenge"중

  • 1985년생 프로듀서/뮤지션 이혁기 군. '랍티미스트(Loptimist)'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두 장의 앨범을 내기 전부터 이미 수년간 미주/유럽/호주를 넘나드는 왕성한 프로듀싱 활동을 보여주었던 젊은이. 반주 한 마디만 들어도 아 랍티미스트 곡이구나 알아챌 만큼 독자적인 편곡 스타일을 발전시켜 왔고, 샘플링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연주만으로도 수준급 트랙을 빼곡히 채워낼 만큼의 기량을 입증했던 그 사람. (비록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 누구라도 망설임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능력자이지만, 집안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학교 휴학해 놓고 대책없이 밤낮 뒤바뀌어 사는 천덕꾸러기 아들'에 불과한가 보다.


  • 얼마 전에 지인의 소개로 미대생 한 명을 만났어. 1988년생이라던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다가 곧 무용을 전공했고, 예고로 진학한 후 키가 크면서 무용을 포기하고 회화 전공으로 바꿔 이화여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지금은 뉴욕에서 미대를 가려고 준비하며 체류중이래. 자기가 하고 싶었던 전공들을 (그것도 죄다 예술분야) 부모의 지원 하에 여태껏 훑어온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음악/무용/미술 중에서 한 분야만이라도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꿈인 사람들도 많잖아. 이 친구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인이 될랑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어떤 면에선 참 부러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지.


  • 나는 판사 검사 공무원 되라는 부모를 두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책없이 딴따라 짓거리 하겠다고 호언할 만한 배짱을 갖지도 못했어. 솔직히 내가 20대를 몽땅 걸고 음악에 욕심냈다고 이혁기 군처럼 빛나진 못했을 것 같고, 그 시간에 그림만 그렸다고 달리급 고수가 되지도 못했을 테니. 그리 생각하면 결국 모두 다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만. 공부 잘 하고 실험 잘 하고 통계 잘 돌리는 사람 부러워한 적은 없었어도, 악기 잘 다루고 붓질 잘 하는 사람은 넋놓고 동경하며 우러르던 것도 사실이지. 어정쩡한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란 놈도 이젠 곧 갈피를 잡고 싶어. 정답이 있는 거라면 좋겠다. 난 시험 치르고 정답 찾는 건 그래도 참 잘 하는 편인데 말야.
2010/02/16 11:40 2010/02/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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