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누군가를 알아가기 시작할 때 "언젠가 헤어질 사람이려니" 새겼던 적이 없다. 같은 과 선배, 같은 반 친구, 동아리 후배, 뭐가 됐든. (2학년 때 자퇴 폭풍이 몰아치기 전까지는) 오늘 내 곁에 웃고 있는 당신들이 내일이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 해볼 필요도 없었던 거다. 그렇다고 마르고 닳도록 오래오래 교제하리라 다짐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교 관계에 시간축을 들이대 본 적이 아예 없었다. 관심 자체가 없었던 거지.
-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순전히 업무/목적에 의해 교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니, 업무와 무관하게 특별한 목적없이 교류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대학원에 잠시 몸담았던 동안에도, 모 입시 학원에 박혀지내던 시절에도, 군대에서 썩어가던 2년간도 마찬가지. 나는 늘상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업만 마치고 나면 떠나버릴 입장이었거든. 하하호호 친하게 살갑게 안부를 나누고 떠들다가도, 각자 당면한 숙제가 처리되면 자연스레 돌아서서 서로 잊고 마는 관계. 그게 조금도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게 가볍고 가벼운 관계들만 만연해졌다. 친교에 시간축을 들이대는 습관도 차차 노골화되더라.
- 미국땅에 건너온 것도 곧 만 3년이다. 그간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고, 적잖은 사람들과 친해졌지만, 그 중 적잖은 사람들은 이내 서로 상관없는 관계로 스러졌지. 한국사람, 중국사람, 인도사람, 영국사람, 덴마크사람, 호주사람, 미국사람, 미국사람, 미국사람. 학교 친구, 스타벅스 친구, 동네 친구, 책방 친구, 악기상 친구, 미술관 친구, 마트 친구, 회사 친구. 어쩌다 보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한시적이고, 심지어 일회적인 존재로 남았다. 굳이 불교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영속성에 집착하는 게 덧없다는 거야 당연한 말입니다만. 하루하루 껍데기만 남아가는 관계망이 쓸쓸히 느껴지는 것도 참 어쩔 수 없구나.
- 만나면 헤어지고, 떠나면 돌아온다던가. 유난히 국제적으로 들고 나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살아가자니, 관계의 소모적 일회성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모르던 사람을 알게 되는 일. 알게 된 사람을 모르게 되는 일. 멀던 사람이 가까워지고, 가까워진 사람과 멀어지는 일. 마음을 수도꼭지처럼 뚝딱 열고 잠그는 일에도 익숙해지는 날이 오려나.
http://www.baadaa.net/kc/trackback/312





누군가 제게 말씀해주시길 '친구'란 하소연의 존재일뿐이라는 말을한적있어요 .
친구들은 슬퍼할지모르겠지만 저는 전적으로 굉장히 동감했었어요 .
가끔요 막 진짜 껍데기같은느낌이 드는데 이거 내문제인가 이렇게 심각하게고민이되긴해요 .
내문제 맞는가바요 허허허 'ㅡ'
'하소연의 존재' 정도나 된다면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