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취중 푸념.

new york days 2010/03/12 01:49
  • 주말도 없이 몇 주 내내 일만 하다가 오랜만에 꽤 이른 시간에 퇴근하는 길, 주말도 아닌데 지인을 만나 술집에 갔다. 하프마라톤이 채 열흘도 안 남았으니 그때까진 금주하려고 했지만 어째 오늘은 참고 싶지 않았다. 술집에서 나오는 길에는 그간 끊고 지냈던 담배까지 두 대 연달아 얻어 피웠지. 불평할 건 하나도 없는데도 자꾸만 헛헛해지는 마음은 도대체 어찌 달래야 하는 걸까.


  • 원하는 여성상, 여자친구로서의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농담처럼 덜컥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아. 부끄럽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부끄럽게 하고 싶지도 않아. 자정이 넘어 한산한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내 말을 내가 곰씹었다. 근데, 정말, 내가 부끄러운 사람인걸까.


  • 줄을 끊은 백아에게는 종자기가 있었다지만 내겐 누구도 없으니 아직은 덜렁 줄을 끊어버릴 수도 없다. 내게 필요한 건 존경도 동경도 아니고, 존경과 동경의 대상도 아니야. 이야기 나누듯 이야기 나눌 상대.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배우는 것도 아닌, 그저 편하고 다정한 몇 마디의 대화.


  • 유범한 씨가 생각하는 소통이란 무엇이냐고 누가 물어왔었어. 그 대답을 다 옮기긴 좀 우습겠고. 다만 결국 상호의 태도로 귀결되는 게 아니겠느냐 했다. 이해할 준비가 된 사람을 이해시키긴 쉬운 법이며, 소통할 의지가 있는 사람과 소통하기는 수월한 법이잖아. 아, 알아 알아, 됐어 됐어, 다 알아, 한 마디 채 듣지도 않고 범주 나누기에 급급한 이들이여, 이해/공감/소통이란 외부로부터 일방적으로 흘러드는 수동적 과정이 아니더이다. 여는 것, 수용하는 것, 품는 것, 모두 능동적인 행동이니까. 아, 그래서, 나는 이 말에 떳떳하냐고?  글쎄, 장담은 못 하겠어. 하지만 적어도 난 늘 고민하고 있긴 해.
2010/03/12 01:49 2010/03/1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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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화 2010/03/12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오니까 핑크빛이 되-게 그리고싶어져요 흑
    "나를부끄러워하지않는사람"이라니 와 이거너무멋진듯 :)
    좋은 저녁되세요 여긴벌써아침...........

    • 범한 2010/03/13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옆에서 자꾸 나를 못마땅해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러면
      어쩐지 나도 내가 부끄러운 것 같고 소심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휘둘리고 눈치보는 생활은 이제 그만. -_-;

  2. 마리 2010/03/30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통은 언제나 어려워요. 요즘은 소통때문에 고민하기에 내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_-;라고 하면 게으른건가.

    저 내일이면 조금 자유롭게 살수 있게 됐어요. 조금은 반갑고, 조금은 낯선일이에요. 아무래도 좋으니 축하해 주세요. 건강챙기시구요. :D

    • 범한 2010/03/30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축하받을 일이라면 당연히 축하해 드려야죠.

      표류하는 배처럼 정처없이 배회하는 날들이 아닌
      유람 떠난 여객선처럼 느긋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시거든 뉴욕 한 번 놀러오세요. (?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