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2008)"  편안한 목소리로 과장없이 일상을 얘기하는 노래들이 들을 때마다 뭉클하다. 드라마틱한 반주 위에서 소몰이 창법으로 억지 신파조의 멜로디를 울먹이지 않아도 진솔한 감정은 전해지는 법. 간소한 편곡에 간단한 멜로디 틈으로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진심이 깊이도 담겼더라. 메이저 음계로도 쓸쓸함을 노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당신들.


  • 루시드 폴, "레미제라블 (2009)"  기존 앨범들에서 어쿠스틱 기타 + 보컬의 간결한 구성을 고수했던 것에 비해 다분히 풍성해진 세션이 돋보이고, 한 소절 한 소절 꼼꼼히 귀기울이게 만드는 시적인 가사도 여전하더라.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음악이라, 듣는 사람을 보듬고 쓰다듬어주는 기분. 한 편의 극을 지켜보는 듯한 정서의 흐름도 매력적.


  • Jay-Z, "The Blue Print 3 (2009)"  제이지는 신이다. "I made myself so easy to love"라고 스스로 가사에서 얘기한 것처럼, 진정 제이지를 혐오하고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 세파에도 유행에도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면서, 입을 열면 세상이 모두 경청하게 만드는 거대한 카리스마. 11번째 정규앨범 BP3는 제이지판 힙합의 정점을 찍어준 작품이 아닐까. 몇 트랙에서 숨통을 조이는 웅장한 편곡도 경이롭지만, 호들갑스레 쿵쿵대는 드럼 소리 없이도 살금살금 숨 죽이는 드럼 위에 얹은 가사만으로 청자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능력자. 너무 거대해져서 더는 자랄 수 없을 것처럼 보일 때, 보란 듯이 폭발적으로 더욱 거대해진 모습을 보여준 제이지와 그의 음악. 누가 제이지 앞에서 힙합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겠나.


  • The Main Ingredient, "A Quiet Storm (1996)"   요즘 뜬금없이 60~70년대 소울/훵크/디스코에 꽂혀서 틈만 나면 이런 앨범들을 주워 모으는 중인데, 역시 명불허전 이름값 하는 팀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모난 구석이라곤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달콤한 음악, 한겨울 솜이불처럼 보드랍고 폭신한 소리의 바다. 듣고 있으면 아랫목에 누운 것마냥 노골노골 녹아들듯 기분 좋아. 쉬고 싶을 때 들으면 진짜 쉬는 느낌.


오랫동안 뾰족하게 날이 서고 흉폭한 음악만 줄기차게 듣고 지내왔더니,
요즘엔 마음을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음악이 절실해져서, 선곡표가 많이 달라졌다.

하드코어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담백한 모던락과 70년대 훵크에 부쩍 기대게 되는 요즈음.
2010/03/13 17:37 2010/03/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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