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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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간 화창하고 포근한가 싶더니 비가 독하게 퍼붓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이런 식으로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햇볕 좋으면 오랜만에 공원 산보라도 나설까 생각했더니만 하늘이 완전히 돕는구나. (-_-;)  그래도 빗속에 철벅대면서 뛰는 것도 나름 재밌는 법이니까 아쉬운대로 오늘밤엔 오랜만에 우중 뜀박질이나 한판 해야겠다.


  • 밥을 한 사발씩 퍼놓곤 바닥까지 게걸스레 닥닥 긁어먹는 나, 끼니 때면 이따금 이렇게 밥 먹기를 좋아하면서 어쩜 할머니가 챙겨주는 밥상은 요리조리 피해다니려고 했을까 생각하곤 해. 지금 먹는 것처럼 듬뿍듬뿍 먹어치웠더라면 할머니도 참 좋아했을 텐데 ... 근데 솔직히, 할머니는 좀 심하긴 했었어. 당최 배가 꺼질 틈도 주지 않고 쉴새없이 이것저것요것조것 듬뿍듬뿍 퍼다 먹이려고만 그랬으니까. 에이. 조금만 살살 했어도 내가 넙죽넙죽 받아먹는 떡두꺼비가 되어 보였을 텐데. 고봉밥을 뚝딱 해치울 때마다 마음이 짠해.


  •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 장면을 생각했다. 선과 악, 정과 오를 몰랐기에 창피할 것이 없었고, 그래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건 그저 당당하고 떳떳했던 그들이지만, 돌연 "옳음과 그름"의 선을 깨닫게 되는 순간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꽁꽁 숨어버리고 말았잖아. 오늘의 우리들 사이에도 많아. 잘못을 몰라 잘못하는 자, 무식을 모르는 무식한 자, 무례를 모르는 무례한 자.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눈을 뜬다면, 그땐 아마 부끄러움을 몰랐던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 거다. 글쎄, 그들에겐 다행인 걸까, 아마 많이들 죽을 때까지 모를 테니.




  • 나는 평소에 책을 그닥 많이 읽는 편이 아니야. 이렇게 얘기했더니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책도 별로 안 읽는다면서 그런 인용구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거에요?"  당장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그냥 웃었지만, 몇 달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우선 그와 나는 '많이 읽는 것'에 대한 기준이 크게 달랐던 것 같다. 물론 주로 읽는 책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었을 테고. 솔직히 나는 정말로 책을 별로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많이'라는 말이 떠올리는 심상이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구나 느꼈다. 4살 먹은 조카가 많이 읽는 것과 환갑 넘은 울 아부지가 많이 읽는 것이 다르니까. 뭐, 서른 갓 넘긴 나는 당장 만족스레 많이 읽진 않지만, 적게나마 꼼꼼히 골라서 꼼꼼히 읽는다고 해두자.


  • 비 내리는 날이면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비에 젖은 도로와 촉촉해진 공기가 전체적인 채도를 높여줘서 곱고 운치있는 영상을 건지기 쉬워지거든. 그러고 보니 마음먹고 사진 찍으러 나가본 것도 까마득하구나. 올 4월에 MoMA에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회고전을 한다는데, 간만에 자극 좀 받고 올봄/여름에는 사진도 열심히 찍어볼까 싶다.
2010/03/13 23:17 2010/03/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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