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전철, 차이나타운을 지날 때 젊고 보송한 중국인 남녀가 탔다. 마주 잡은 두 손을 놓지 못하고, 쉴새없이 조잘대면서 마냥 방실방실 웃고 있더라. 많아야 스물을 갓 넘겼을 듯한 어린 커플의 두근두근 콩닥콩닥 풍경을 보고 있자니, 미모의 여인을 봐도 감탄은 하되 설레진 않는 (-_-;) 무덤덤한 요즘 내가 새삼스러웠다. 나도 저렇게, 아니 저보다 더 촐랑대며 연애감정에 불끈대고 있었는데, 하면서.
- 이따금 찾아가는 '모르는 사람' 블로그에서 그의 최근 연애 행적을 보았다. 수년간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졌다고, 그래서 며칠을 펑펑 울며 넋놓고 지내느라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했다. 그리곤 어제부턴 회사의 선배 직원과 연애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잘 해보겠노라 다짐하고 있더라. 난 정말 아예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 블로그에 댓글 한 번 남겨본 적 없는 순전한 남이니까, 더 보탤 말은 없지만. 그 낯선 사람이 돌연 더욱 낯설어졌다 ....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난 서툴지만 누군가에겐 수월한 일. 시작과 끝의 선을 눌러 긋는 일.
- 어떤 지인은 내게 입버릇처럼 연애를 하고 싶다 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는 연애를 하고 싶어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고기를 먹고 싶어서 고기를 먹고, 음악이 듣고 싶어서 음악을 사고, 운동이 하고 싶어서 운동을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어서 연애를 했던 건 아니거든. 딴에 소개팅이란 것도 몇 차례 해봤지만, 진정 연애 관계를 시작해 보려고 나섰던 건 아니었고. 발정난 짐승 접붙이는 양, 그저 암컷 수컷 한 우리에 넣어둔다고 연정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어쩜 연애라는 건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비하는 것도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행위보다 상태를 칭하는 말.
- 방관자적 태도로 잘난 척이나 하니까 내가 연애도 못 하고 사는 거겠지. 얼마 전에 누군가는 스치듯 농담처럼 더 불쌍해지기 전에 여자를 만나라던데. 글쎄. 내가 아직 미숙한 걸까. 연애를 위해 연애를 좇고 사향을 뿌리는 거야말로 불쌍한 꼴이라고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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