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꼬박 2박 3일을 보내고 돌아와 기절하듯 잠들었다. 불도 끄지 않아 환한 방에서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었던 탓인가, 자는 듯 깨는 듯 몽롱하게 몇 번이나 팔락팔락 의식이 뒤집혔고. 밤새도록 꿈을 꾸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복잡하다 곧 단순해지고 끝없이 어지럽다 이내 평온해지는 꿈.
-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보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고, 기억은 떠났어도 감각은 남아있는 지난 밤 꿈의 여운에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꿈이었다, 꿈이었다, 마음으로 뇌까리다 언제부터 꿈이었나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더라. 훌쩍 짐 챙겨 미국에 건너온 것도 꿈같은 일, 덜컥 디자인 학교에 등록한 것도 꿈같은 일, 매디슨가에 당당하게 출근하게 된 것도 꿈같은 일 ... 꼽자면 한둘이겠나. 땅에 발 디딘 듯 생생한 현실감은 벌써 오래 전에 무뎌진 걸.
- 인문학부에서 지망 순위 꼴찌이던 언어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 너는 성적도 괜찮으면서 왜 그런 델 가느냐고 의아해하던 친구들이 많았어. 나는 언어학과 가려고 언어학과 있는 대학에 온 거다 대답하곤 했지. 그때 보란듯이 지명도 높은 심리학과/사회학과 선택한 친구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나는 철없어서 모르는 걸 당신들은 철들어서 다 아는 듯 말했던 그 분들. 나는 여전히 꿈같은 세상을 꿈처럼 헤메고 있는데, 나는 사는 걸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당신들은 또릿또릿 깬 정신으로 현실에 발 딛고 세상 다 아는 듯 잘 살고 있을까.
- 멀쩡히 다니던 대학원을 때려치고 돈 잘 나오던 회사도 그만두고, 숨어지내듯 소식없이 일 년간 잠잠했던 적이 있었지. 멋적은 일이라 가족들 외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사실 그때 난 다시 대입을 준비했더랬어. 결국 05학번 의대생이 되는 대신 05군번 육군 보병이 되기를 선택하고 말았지만, 만약 그때 정말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다면 지금 나는 더 행복했을까. 학원에서 같은 반 아이 하나가 "여기 애들 다 오빠처럼 되고 싶어서 공부하는 건데, 오빠는 왜 다 버리고 온 거에요?" 물었었어. 모르지. 실은 나도 모르겠어. 다 버리고 택했던 길이었는데, 그리고 다시 포기해버린 이유도.
- 대리인을 통해 출판계약서에 서명했다. 책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역자 증정본을 집으로 보내준다는데 어린 조카에게 재미난 선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쓰는 일이야 늘 떠안고 살았어도 중고등학생 시절 이후론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 늘 어른들만 대상으로 일하다가 처음으로 어린이 눈높이의 책을 번역하자니 만만치는 않았지만 쏠쏠히 재미있는 작업이었지. 기회와 믿음을 쏟아 준 홍에게 고맙네.
- 방금 부사장실에 가서 얘기하고 왔다. 나 대학원 합격했다고, 올 가을부터 학교에 가게 될 거라고. 당황하고 곤란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기 손으로 내 추천서에 서명까지 해줬으니 가지 말라곤 못 하고 (-_-;). 취업비자 스폰서는 해줄 테니 학교를 파트타임으로 다니면서 회사에 나올 수는 없느냐고 하더라. 믿고 의지하고 키워놨는데 이렇게 보내버릴 수는 없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함께 가보자고. 변호사는 소개해 주겠노라고 ... 기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를 붙잡아서 놀랐다. 물론 나야 학위과정이 좀 더뎌지더라도 회사에 다니는 걸 마다할 처지는 아닌데. 아아. 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진행되누만. 나쁘진 않은데, 복잡해.
- 사는 건 참 모를 일이다. 진짜 한 치 앞을 모르겠어.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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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저는 교류가필요한현재예요 _ 어우 밖에는 개나리에목련에 벚꽃까지나올준비하는데말이죠
매일 사람들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지내면서도
일 얘기 말고는 나누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요.
아. 고양이 친구를 어서 업어와야 할 텐데. ;_;
서울대나 고대나 언어학과는 컷은 꼴찌라도 최상위권 소신지원자가 꽤 되죠ㅋㅋㅋ
저는 서울에 살기 위해 대학에 입학(...)
아무튼 대학원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신 듯하여 부럽사옵니다^ㅅ^
고마워요.
망아지는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유후! (^^)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생각해서 고민했었는데 뜻밖의 제안이었어요.
두 마리 토끼 잡아보려고 여기저기 전화 돌리고 사람 만나느라 정신없네요.
이민법 변호사한테도 전화해 보고, 최근에 영주권 받은 선배한테도 전화해 보고.
잘 되면 간식이라도 (뉴욕 치즈케익?) 쏠 테니
한 번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