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생 시절에 쓴 글을 읽으면 종종 낯설다. 글을 쓴 사람이 나와 닮아있지만 똑같지는 않은 사람으로 느껴지거든. 고작해야 십년쯤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에 나란 사람이 제법 달라진 모양이다. 독기 가득하고 날이 잔뜩 서 있던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걸 성장이라 해도 좋은 걸까. 뜨겁고 단단하고 표독스럽던 나는 슬그머니 미지근하면서 유연하고 유보적인 사람으로 변해왔다. 겁없이 덤벼들던 20대를 거치며, 나도 많이 겪었고 많이 깎였고 많이 다친 셈이다.
- 인터넷 매체를 훑어 다니다 보면 자연히 20대 초반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때론 격정적이고 때론 냉소적이면서 전반적으로 현학적인 자의식의 흔적들. 자신의 철학에 대한 신념, 온전한 소통에 대한 갈망, 변화와 개선에 대한 갈증, 뭐 그런 모습들. 아, 딱 10년 전에 내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뜨거웠었는데, 생각하곤 해. 내가 지금 그들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공감 못 하기도 하는 것처럼, 10년 전 나를 바라보던 누군가도 복잡한 느낌을 받았을 테지.
- 스무살 때나 서른살 때나 나는 까다로운 취향에 까탈스런 말버릇을 가진 사람이란 건 변함이 없고, 여전히 음악과 그림을 만지고 여전히 똑같은 전공 분야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던 (-_-;) 분기탱천한 뜨거움과 과격한 적대감은 많이 잦아든 느낌이야. 물론 몇몇 주제 앞에서 핏대 세우고 흥분하는 일이야 아직도 생기지만. 뭐랄까, 매 순간 불타오르기엔 내가 너무 지치던가 봐. 나는 어느샌가 잠잠한 사람으로 자리잡았어.
- 나보다 열살 스무살 서른살 많은 어른들이 나를 볼 때는 어떤 느낌일까. 내가 그들의 자리에서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공자는 예순살에 귀가 순해졌다던데. 서른살 내 귀에 거슬리고 거슬리는 저열한 말들에도 삼십년 후에는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소통에 목말라 잠을 설치던 내가 깊은 소통을 포기하고 홀로 떠도는 것도 성장이라 할 수 있을까. 타인과의 관점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만큼 그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게을러진 태도, 이것조차 성장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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