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 변호사를 만나러 갔었다. 큰 회사, 큰 건물에 출입하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 보다. 내 일 하러 내 자리로 들어갈 때와 남의 도움 받으러 남의 자리로 찾아갈 때의 차이인 걸까. 치과 진료를 받으러 갈 때처럼 계속 속이 팔랑댔다. 대리석 깔린 로비를 지나 19층 법률회사까지 올라가는 동안 마주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정중했는데도.


  • 서류 작성상 필요하다면서 변호사가 서울집 주소를 묻는데 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서울을 떠나고 두 번째 이사했다는 새 집 주소를 아직 외우지 못했거든. 80년대 꼬맹이적 살던 옛날 주소는 술술 떠올라도 지금 식구들이 사는 주소는 동 단위 이후론 막히고, 주민등록번호는 자연스레 읊을 수 있어도 작년에 받은 사회보장번호는 첫 세 자리 뒤론 가물가물. 나도 양로원 사는 노인처럼 오늘보단 과거를 붙들고 사는 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 어제는 작업 도구가 필요해서 오랜만에 화구상에 갔었는데, 결국 사려던 작업도구는 안 사고 쌩뚱맞게 귀가길에 운동용품을 샀더랬다. 그러고 보면 난 운동선수를 했더라도 꽤 잘 했을 것 같아. 아무래도 몸 쓰는 것보다는 머리 쓰는 일에 능하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이르게 됐지만, 그래도 난 몸 사리지 않고 불태우며 몰아치는 일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2010/04/19 13:43 2010/04/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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