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고기 먹니?" 이런 질문을 이따금 받는다. 처음 식사를 같이 하게 되는 사이에선 메뉴를 고르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주제. 채식주의자 비율이 제법 높은 도시니까 그러려니 싶긴 해도, 음식을 가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혹독하게) 받으며 자란 덕에 고기를 안 먹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으니, 맨 처음 그 질문을 받고선 살짝 의아했더랬다. 글쎄. 아직도 나는 육식을 포기할 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기 안 먹겠다는 이들에게 고기를 권할 생각도 없다. 체질상 단백질 소화가 어려워서 채식을 하든, 신념상 동물 권리를 수호하고자 채식을 하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그들이 내게 육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이상, 나도 그들의 채식생활에 간섭할 이유가 없는 거니까. 그냥. 난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 "너 술 마시니?"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술을 따르기 전에 물어본 선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꽹과리에 막걸리 두 병을 가득 따라 억지로 마시고 토하게 하던 '사발식' 때에도, 환영과 다정한 대화보다는 막무가내 술판이 우선이었던 '환영식' 때에도, 심지어 쏠쏠히 친해진 후 식사를 겸해 곁들인 반주 자리에서도. 체질상 알코올 섭취가 안 되건, 종교상 음주를 거부하건, 투병중이라 금주할 수밖에 없건,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혹 이유가 언급돼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술을 싫어하지 않지만, 안 (못) 마시겠다는 이들에게 억지로 술을 퍼먹이는 문화에는 좀처럼 편해지질 않았다. 졸업할 때까지 입학 동기/선배들과는 끝내 친해지지 못했던 큰 이유중의 하나. 나는 음주를 포기할 계획이 없지만, 금주하는 이들에게 술을 권할 생각도 없고. 더욱이, 폭력적으로 술을 강권하는 이들과 교제할 생각도 없다.
- 대학 입학 전에 사고를 당해서 큰 화상을 입은 친구가 있었다. 다행히도 큰 상처나 후유증이 남진 않았지만 옷 밖으로 드러난 환부에선 오래도록 붉은 기운이 가시지 않았고, 무척 긴 시간동안 추가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했었다. 물론 염증이 도질 수 있기에 술은 절대 금물이었다. 그러나 이 친구라고 선배들의 폭력적 술 권하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아파서, 못 마셔서, 의사가 금해서, 무슨 말도 통하지 않더라. 그 여름밤에 어느 지하 술집에서 우리는 냉면 그릇에 찰랑찰랑 담긴 소주를 나눠 비워야 했고, 지랄맞은 광경에 머리까지 화가 치밀었어도 선배들을 때려눕힐 과감함은 없었던 나는 그냥 그 동아리에 발을 끊었다. 병신들, 마시고 싶으면 너희나 실컷 쳐마셔라, 죽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마시고 쳐죽어라.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난 소심하고 치졸하니까, 그저 그들과 다시는 어울리지 않는 선에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 사회생활하려면 술은 마셔야 한다고들 한다. 그 말을 전적으로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사회생활에는 술자리 참석이 필요하더라" 정도로 고쳐 말했으면 싶다. 한국사회에서는 학교/기업/친목단체 등 조직 특성을 막론하고 사람이 다수 모이면 으레 술자리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런 관행이기도 하고. 어쩌면 수직적/위계적 관계에 속한 사람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말을 섞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가 마신다고 너도 마셔야 하고, 선배가 마시니까 후배도 마셔야 하고, 그들도 예전에 마셨으니까 저들도 지금 마셔야 하고, 이따위 억지는 소위 '사회생활'이나 '친목도모'에 무관한 추행일 뿐. 당신들에게 금주를 강요하지 않으니, 그들에게 음주를 강요하지 말란 말이다. 피에 술이 섞이지 않고는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없다면, 그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 나는 고기를 좋아하고 술도 좋아한다.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안 먹는 것도 아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기분 나쁜 적이야 많고도 많았지만, 마시네 안 마시네 마셔라 못 마신다 투닥여야 했던 적은 없었으니, 내겐 다행이지. 덕분에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군대에서도 술 문제로 곤란한 적은 없었고. 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자는 소시민적 태도에 걸맞게, 나는 누가 권하면 그냥 묵묵히 마시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험한 표정에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술 마시기를 강권하는 자리에 섞여 있으면, 입 다물고 술 받아마시는 내 모습조차 그 폭력에 동조하는 꼴이라 늘 괴로웠다.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술은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구태의연한 억지 좀 그만두자. 알코올은 몸 안에서 알데히드가 되고 산이 되는 독이다. 스스로 좋아 마시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남에게 억지로 먹이는 건 나무랄 일이지. 자살은 범죄가 아니지만 살인은 범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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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번 권할 수야 있겠지만, 강요하면 안되지요. 최소한.
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다 했으니까, 너희들도 다 똑같이 하렴,
비단 술자리만이 아니라 일상 전반에 전체주의 논리가 넘쳐나네요.
전 국민이 군인처럼, 전 국가가 군대처럼. 참으로 강건한 대한민국입니다.
얼마전에도 또! 여학생한명이 대학선배라는(기껏해야한두살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소주 먹여서 안타깝게 세상을떠난일이 있었죠. 정말 그지같은 한국술문화/대학문화예요.
어쩔수없이 술자리를 참석해야하는경우가 종종생기고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만 가면서 언제나 술을 권하지않았으면_ 하고 기도해요 :)
"술에 잘버티는몸을 갖고있지만 맛이없어서요. 아 다음날에 여드름도몇개나고.." 한번이렇게얘기했다가 진짜 이상한애취급당해서 이제뭐라고얘길해야하나 문구좀만들어봐야겠어요
좀더 . 그러니까 이상한애취급당하지않으면서, 산뜻하게(!)
예전에 선배들이 억지로 술 많이 먹여서 죽었는데
가족들이 드래곤볼 모아서 살아났다고 해봐요.
계왕권 50배 익혀서 돌아왔다고. 까불면 죽는다고.
FxxK the 술 (강)권하는 사회.
다 죽여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