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 히스패닉 지인 하나가 여동생을 소개해준대서 두어차례 통화후 오늘 처음으로 만났다. 아들 하나랑 딸 하나랑 같이 나왔더라 (―_―;)  배우 지망생인데 사진 촬영이 필요해서 도움받고 싶단 얘기는 통화하면서 들었지만 유부녀에 아이엄마라는 건 처음 알았다. 여동생을 소개해준다는 말은 정말로 (지인 자격으로) 소개해준다는 뜻이었나 보다. 어쩐지 소개팅같은 거 아닐까 생각했던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킁.


  • 어쩌다 보니 장장 세 시간 남짓 이 아가씨 (아줌마?)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얘기 잘 들어주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임상심리전공을 꾸준히 했어도 괜찮았겠구나 생각하기도 한다)  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 불법체류노동자들의 말 못하는 고통, 남미 인권유린의 실태 등을 핏대 세우며 말하다가. 자기 아부지가 생전에 엄니를 때리고 괴롭히고 못살게 굴던 일, 스페니쉬 할렘에서 죽기살기로 거칠게 보냈던 유년기, 심지어 미스테리써클과 주 예수그리스도의 사랑, 자식얘기와 조카얘기까지 이어지더라. (어차피 소개팅도 아니니 -_-) 사진촬영 컨셉과 이미지 상담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만난 건데, 예기치 않게 상담자 노릇을 하게 되었다.


  • 그녀의 이름은 델피나. 과테말라 이민자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3개의 학사학위와 3명의 자녀를 둔 현직 간호사이다. 결혼 전에 연기자를 꿈꾸다 생업에 치이며 포기했지만 틈틈이 엑스트라 출연은 해왔고. 이제 살림이 조금 안정됐으니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단다. 히스패닉 이민자 사회의 어려움과 그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고발하고자 하는 열혈투사이기도 하더라. 무척 진지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 멋져보였다. 핑크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라도 꿈이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법.


  • 다음 주말쯤 본격적으로 촬영하자고 말해두었는데 모델/배우 프로필 사진촬영은 처음이라 준비가 좀 필요할 듯. 일단 가격 수준부터 조사해 봐야겠고 인화는 어디서 해야 좋을지 시장 파악도 해둬야겠네. 묘령의 아가씨 친구 (-_-) 소개받기는 물 건너갔으니 돈이나 꼼꼼하게 버는 거다.
2009/01/25 00:29 2009/01/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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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람 2009/01/25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때 말씀하셨던 그 소개팅 하신다던 상대분이 유부녀??? 죄송하지만 좀 웃어도 될까요? ㅋㅋㅋ

  2. 디아나 2009/01/25 2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안녕하세요~ 새단장하셨다길래 놀러와봤는데 처음부터 재미난 글이 있네요. 배우지망생이면 보통 상상하길 샤랄라한 아가씨일텐데 히스패닉 유부녀분의 인생살이 상담이라니 대반전!

    • 범한 2009/01/25 2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결에 스페니쉬 할렘에 위치한 그 분 엄니네 집까지 갔다 왔어요. 나름 재밌다면 재미도 있었고, 간만에 왁자지껄 애들 쿵쾅대는 집안 구경을 했더니 따뜻하기도 했지만. 음음. 역시 마음 한 켠이 허망한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