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쨍하던 일요일.
기분 전환도 할까 싶어 오랜만에 물건 구경 좀 했더랬다.
예상치 못한 득템도 했고.
자랑할만한 하루였던 것 같아 사진 몇 장 첨부함.
자연사박물관 뒤켠에 자리잡은 GreenFlea Market.
제법 유명하고 규모도 큰 편인데다 볼 거리도 많은 곳.
한여름 한겨울 가리지 않고 매주 꼬박꼬박 장이 열린단다.
어우.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모피코트.
계절을 가리지 않고 줄창 모피코트만 파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내 가죽도 벗고 싶을 지경인데, 남의 털가죽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학교 운동장과 건물을 빌려서 운영하는 시장인데
죄다 시커먼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서 열기가 장난 아니더라.
골동품 종류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품목.
헐값에 파는 책들을 보자니 마음이 흔들렸으나
어차피 소설은 잘 읽지 않으므로 어렵잖게 패스.
아기자기한 꼬맹이 그림 티셔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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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그냥 설렁설렁 구경했던 잡화들이고.
레터프레스(Letterpress)로 찍어낸 메모지/카드/봉투 세트.
이렇게 줄줄이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레터프레스 방식으로 맞춤 명함제작도 해준단다.
참고로 레터프레스는 활자/그림을 압착해서 인쇄하는 방식인데,
인쇄된 부분에 색상이 입혀질뿐만 아니라 오돌도돌 요철이 생긴다.
당연히 두툼한 고급 종이를 사용하게 되고,
촉감/질감면에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얻게 되는
고급 (고가) 인쇄기술.
책표지, 정기간행물, 레터헤드, 명함 등
사용되는 사례는 다양한 편인데,
아무래도 맞춤 제작을 전제로 하다보니
대기업 중심으로 소량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나,
가끔은 이렇게 대량생산한 문방용품으로 싸게 팔기도.
각종 옛날 표지판 및 간판들.
고전적인 평판 인쇄기술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각종 프로프갠다나 독특한 유머감각이 읽히는 것들도 많아서
당장 구매할 욕심이 없더라도 둘러보기 흥미로운 곳.
이런 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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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벼룩시장에서의 최대 수확!
납으로 만든 전통적/고전적인 금속활자 (movable type).
책나 자료 영상에서만 볼 수 있던 것들이었는데.
저렇게 칸칸이 대문자/소문자 알파벳과 문장부호/숫자를 모아두고
필요한 글자들을 착착 모아서 문장/문단/페이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유럽 활자 인쇄시스템이었던 것.
참고. 대문자(uppercase)와 소문자(lowercase)라는 영단어는
낱자 활자들을 윗칸/아랫칸에 분리해서 보관하던데서 유래했다고 함.
30포인트 크기의 serif 활자.
같은 크기의 sans serif 활자.
회사에서 나를 부르는 이름인 "B"를 대소문자 하나씩 샀다.
문장부호가 예쁘게 생겼기에 "&"와 "; (세미콜론)"도 덤으로.
이렇게 해서 활자 총 4개 사는데 10달러 들었음.
햇볕이 너무 뜨겁고 강했던 탓에 금속활자도 죄다 뜨거웠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도 못 견디겠는데
고기 굽는 불판처럼 뜨거워진 금속조각들 덕에 손가락 화상입을 뻔.
... 그러나 어쨌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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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00만달러짜리 가짜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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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찍어봤다.
아 만족스러워 +_+
곱다.
내가 뚝딱뚝딱 지우개로 팠던 주먹구구 스탬프와는 격을 달리하는
본격 금속활자
나도 이제 백만장자.
백만불짜리 지폐.
이게 진짜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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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귀가길 서점에 들러 사들인
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의 단편 모음집.
에드워드 고리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와
기괴한 유머감각이 잔뜩 담긴 그림과 글들.
안 그래도 고리 그림책은 없어서 벼르고 있었는데
내친 김에 3권 몰아서 챙겨와 버렸다.
한동안 나의 출퇴근은 고리와 함께.
지우개스템프 초딩때 자주했었는데.. :) 세미콜론이이뻐요! 히힣
보다 화려한 도안의 지우개 도장들도 몇 개 있는데
몽땅 서울집에 두고 와서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
나도 저거 이니셜 저거 저거 사주세요
네?
응?
ㅠ.ㅠ 사죠 ㅠㅠ
최양이니까 C랑 Y.
휴가 내서 여기 오면 사드릴게요.
강수지 성현아 쇄골미녀랑 고기 구웁시다.
B&b; 썩 잘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