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밤이 늦도록 혼자 영화를 보다 집에 와
빈 속에 맥주를 마시며 곰곰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쉽게 실망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향하는 경향만큼
사람을 멀리하는 경향도 커서
종국엔 누구와도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게 되는가 봐.

유보적인 태도가 나를 만들고
그런 내가 유보적인 태도를 강화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부유하는 망령처럼 살아가는 나.

일이 괴롭다 말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공허해지고
공부가 지겹다 떠들면서도
공부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사람이 좋다고 되뇌이는 동시에
사람을 싫어할 핑계를 뒤지며 살아.

밤이 깊고 취기도 오른다.
술 한 잔 더 하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그립지 않은 것들이 그리워진다.
그리워할 것이라곤 그립지 않은 것들 뿐이니까.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탓하고 싶어도
끝내 탓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어서 우습다.
억울하다 말하고 싶지만 억울할 것도 없잖아.

맥주나 한 캔 더 사다 마시고
생각없이 잠들어야겠다.
2010/08/29 02:57 2010/08/2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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