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엔가 한 지인이 이메일로 재미있는 게시물을 보내줬더랬다. CraigsList.org라는 미국 사이트의 한 게시판에서 주고 받은 문답의 일부였는데, 돈 많은 남자 + 얼굴 예쁜 여자 짝짓기에 대해 재미난 관점을 엿볼 수 있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대학 선배와 점심을 먹으면서 속물 남녀와의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 게시물이 생각났고. 생각난 김에 번역해서 올려봄. 원문 내용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번역 : 유범한
What am I doing wrong?
자, 빙빙 돌려 말하지 않을게요. 저는 미모의 25세 여성입니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구요). 지적이고 매력적인 편이며, 뉴욕 태생은 아니에요. 연봉 50만불 이상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잘 아는데요, 맨하탄 중산층이 연봉 1백만불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내가 너무 욕심부리는 건 아니잖아요.
이 게시판에 연봉 50만불 이상 버는 남자분들 있나요? 미혼자도 계신가요? 조언을 좀 주세요. 20~25만불 연봉까지는 만나봤는데, 그 이상은 잘 안 되네요. 연봉 25만불 갖고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어떻게 살아요. 요가 클래스에서 본 어떤 여자는 나만큼 예쁜 것도 아니고 똑똑한 것도 아닌데 인베스트 뱅크에 일하는 남자랑 떡하니 결혼해서 트리베카에 살더라구요. 그 여자의 비결은 뭘까요? 어떻게 하면 나도 그런 레벨을 잡을 수 있죠?
구체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독신남들이 주로 여가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어딘가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바,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등.
- 배우자를 구할 때 찾는 조건은 뭔가요?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남자분들. 저는 마음 상할 일 없으니까.
- 내가 주로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연령대가 있을까요? (나는 25세)
- 어퍼이스트 지역에서 호화스럽게 사는 여자들 중에 왜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많죠? 진짜 평범하고 따분하게 생긴 여자도 엄청난 부자랑 결혼해서 사는 걸 봤거든요. 이스트빌리지에 가면 눈 돌아가게 예쁜 여자들도 싱글 바에서 놀던데. 무슨 사연이 있나요?
- 특별히 노려야 하는 직업군이 있나요? 변호사, 인베스트 뱅크, 의사, 뭐 그런 거. 이런 사람들 실제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그 사람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죠? 헤지펀드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디서 노나요?
- 결혼상대와 연애상대를 구분하는 결정기준이 있나요? 내 목표는 오직 결혼 뿐인데요.
최대한 솔직하게 질문드리는 내용이니 악플은 삼가주세요. 미인이라면 다들 내숭이나 떨지만, 최소한 나는 솔직하고 당당하잖아요. 내가 그 수준에 맞는 여자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그런 남자를 찾지도 않았을 거에요. 외모, 교양, 수준면에서나 가정 배경면에서나 부족하지 않아요.
Dear Pers-431649184:
올려주신 글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으며, 귀하가 처한 딜레마 상황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후, 현재 당신이 맞닥뜨린 난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석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밝히건대, 저는 귀하가 제시한 '연봉 50만불 이상'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며, 따라서 저의 분석은 유의미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제 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관점에서 볼 때, 귀하가 제시한 거래 조건은 매우 한심하고 형편없는 계약에 해당합니다. 군소리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죠. 귀하가 원하는 거래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당신의 미모와 나의 돈을 교환하자는 거죠. 뭐,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보이는군요. 당신의 미모는 감퇴하겠지만, 저의 돈은 감퇴해지 않는다는 거죠. 사실상 제 소득은 점점 상승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으나, 귀하가 점점 더 아름다운 여인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니까요.
경제학 용어로 말씀드리자면 귀하는 감가상각성 자산에 해당하며, 저는 증식성 자산입니다. 심지어 귀하의 감가상각은 가속성까지 띠고 있지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금 25살이라니까 앞으로 5년 정도는 무척 아름답고 섹시하겠지만, 해마다 그 정도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금세 심각하게 퇴보하기 시작할 겁니다. 35살이 되면 거의 끝이라고 봐야겠죠.
월스트리트 용어를 빌어 설명하자면, 귀하는 구매/보유 대상이 아닌 단기매매 대상, 즉 트레이딩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결혼에는 적신호가 되겠죠. 귀하가 제시하는 조건대로 "귀하를 구매하는" 행위는 현명한 사업 결정이 될 수 없습니다. 저같으면 임차 계약을 하겠습니다. 이 말이 잔인하게 들린다면 다르게 표현해 드리죠. 내 돈이 줄어든다면 당신도 떠나게 되는 것처럼, 당신의 미모가 줄어들면 나도 자산을 빼게 된다는 겁니다. 간단한 논리 아닙니까. 결국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은 연애지 결혼이 아니라는 거구요.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시장 효용성의 원리에 대해 일찍부터 배워온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정말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왜 아직까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지 못했을지 사뭇 의아해지는군요. 스스로 말씀하시는만큼 정말 귀하가 굉장히 빼어난 사람이라면, 벌써 연봉 50만불 남자가 먼저 당신을 찾아냈을 겁니다. 최소한 찔러보기라도 했을 거란 말이죠.
아 참, 귀하가 직접 직장을 갖고 자기 소득을 추구하는 방법 또한 언제나 가능한 대안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이런 난해한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겠죠.
여기까지 말씀을 다 정리하며, 귀하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시기를 권고하고자 합니다. 전통적인 "먹고 빠지기" 전략이죠. 저의 게시물이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혹시 판매 계약이 아닌 임대 계약도 고려하신다면 제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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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ܫ^;;; 솔직하고 당당한건 좋은데 교양은 좀 미심쩍네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겠죠?
남자는...거참...농담 살벌하게 하네요. 임대계약으로도 만나보고 싶지 않을 쿨가이인데요? (여자 입장에서...) 친구라면 꽤 재밌는 녀석일 것도 같애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승질나는 녀석이거나...
흠... 제가 유머감각이 꽝이긴해요.
유머라는걸 알긴 알겠는데...이런거 보면 심히 우울해지니... ㅠܫㅠ
반년쯤 전에 이 글을 보고 많이 웃었는데 한편으론 무척 감탄하기도 했어요.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진지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어휘/문법면에 있어서 빈틈없는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어쨌건 미국인 평균 수준은 넘어보이긴 하더라구요. 저는 안 그래도 미인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인간이지만, 이 글을 보고 나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보면 진짜 딴 세상 사람같은 느낌을 받곤 해요. 허허, 자격지심인가.
안 그래도 어제 선배랑 점심을 먹으면서 저 비슷한 남자 얘기를 들었어요. 좋은 대학 나와서 큰 회사 다니면서 돈 많이 버는 남자라는데, 여자랑 자고 싶으면 얼마든 잘 수 있다, 내가 돈 많으니까 여자들도 나 찾는 거 아니냐, 뭐 이딴 (이성 비하성) 소리를 서슴없이 지껄인다더군요. 돈 잘 벌고 똑똑한 거야 나쁜 일은 아니지만. 돈도 좋고 섹스도 좋지만 너무 뼛속까지 속물인 사람들을 보면 무서워요. 남자건 여자건. -_-;
ㅋㅋㅋ이거 대박이네요. 그 질문에 그 대답인데요.
한가지 덧붙여볼까요. 서울 대치동쪽(강남 교육의 메카-_-..) 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있는 지인에 따르면 그곳에 많은 수가 의사/변호사를 아버지로 두고있는데 어머니가 아름다우며 학생은 똑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제가 직접 보진 못했는데, 몇 년 전엔가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전도유망한 남자"랑 결혼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아가씨들을 특집으로 취재한 적이 있다더군요. 강남의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의 VIP룸을 전전하고, 대학가 시험기간에는 서울대 경영대/법대 도서관에서 죽치고, 월세방에 살더라도 명품 액세서리와 고급 부티크 의류는 꼬박꼬박 챙기는 전략적 여인들이 소개됐다나. 거짓말인줄만 알았는데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나봐요.
저는 키도 작고 몸도 작고 부모가 갑부도 아닌데 그나마 지금은 마땅한 직장조차 없는 처지라, 조건상 누구의 목표대상도 못 되는 하찮은 그릇입니다만. 보상심리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인형처럼 곱기만 한 아가씨라면 제 쪽에서도 "노 땡큐"걸랑요. 하, 그러고 보니 옛적 어느 아가씨는 절더러 "나는 항상 너한테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면전에서 말한 적도 있었군요. 글쎄, 그 정도 박대를 받은 걸 보면 제가 모자라긴 모자란 모양인데. 어쨌거나 저도 공허한 관계는 싫습니다. -_-;
얼마전에 읽은 글이네요.
저런 남자랑 친구하면 즐거우면서도 무서울 듯 하네요;;;
재력과 미모의 교환이라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세계에요.
똑똑하고 말 잘 하는 친구는 같이 놀면 재밌는 법이지만. 매사 계산적이고 자기 자신까지도 무조건 상품가치로만 평가하는 사람은 암만 재밌어도 끝내 정이 가진 않더라구요. 저도 돈 많으면 좋겠고 애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돈으로 사람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