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뭐하러 그리냐고, 그런 짓을 왜 하고 앉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생각해 봐도 마땅한 대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내게 무슨 대단한 예술혼 따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나 그림쟁이를 꿈꿨던 적은 없었으니까. 글쎄. 정말 나는 줄기차게 그림을 왜 그렸을까. 미대생도 아니면서, 그림에 야망도 없었으면서. 그래, 뭐하러 나는 여지껏 그림을 그리고 앉아있는 걸까.
- 겉멋 들었다는 코웃음이 어깨너머로 들릴 때면 괜히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내가 지금 예술가인 척 하는 건가. 내가 해야 할 일과 내 전공분야는 따로 있는데, 정말 쓸데없는 허영심에 부풀어 그림쟁이 흉내를 내고 있는 걸까. "쓰잘데없이" 그림이나 그리게 될까봐, 한동안은 일부러 연습장을 두고 다니기도 했다. 근데 뭐 이건 저주도 아니고, 끝내 나는 그림 욕심을 저버리진 못했다.
- 학교 서류를 준비하다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곰곰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아니, 여지껏 내가 해왔던 일들을 총체적으로 다시 훑어봤다고 해야 옳겠지. 생각해 보니 나는 줄기차게 소통을 원해왔더라. 나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고, 타인과의 이해와 소통을 동경하고 있었다. 언어학/심리학의 전공 공부도, 통번역가로서의 직업노선도 결국 대화와 소통으로 정리되는 일. 아주 작지만, 뭔가 깨닫는 기분이었다.
- 나는 말을 걸고 싶었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림도 음악도 공부도, 본질적으로 청자 혹은 수용자를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법이다. 그 청자/수용자가 자기 자신이건 타인이건, 이는 언제나 소통의 과정이며 대화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누굴 보여주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지만, 그 뿌리는 언제나 소통과 대화에 박혀있었다. 나 자신과의 대화, 혹은 세상과의 대화.
-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서툴어 친구가 적고 으레 혼자 지내는 나에게도 인간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있다. 누구 말마따나 생활력 없고 현실감각 없는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부끄러워하진 않을란다. 그림같은 거 뭐하러 그리느냐고 누가 물어도 지금이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다른 일들을 할 수도 있었을 시간들을 '쓸데없는 그림 따위로' 날려버렸던 지난 날들에 대해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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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림이 제 유전자의 표현형 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론 같이 들릴 수도 있겠네요.
사람마다 필터가 있는 것 같아요.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서 각자의 필터에 걸린 것들에 대해서 욕구를 가지는 거죠.
왜냐고 물어보면 언뜻 말할 꺼리가 있는 것 같다가도 마땅히 할말이 없어요. 애초 누가 가르쳐줘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게되는 거니까요.
누군가를 처음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는 감정은 의도나 목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듯이.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제 서른살, 만으로 스물여덟살 반인데요. 무엇을 업으로 삼아서 살아가야 하는지 여지껏 고민해 오면서도 마땅한 해답을 발견하질 못했어요. 글쎄, 아직도 일러스트나 디자인이 제 길인지 완전한 확신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밟아오던 "다른 길"에 비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파랑새'가 곁에 있다는 걸 모르고 오만데를 쑤시고 다녔던 치르치르 미치르 남매처럼, 저 또한 늘 그림을 끼고 살았으면서도 정작 제가 진심으로 그걸 원한다고 깨닫진 못했던 것 같네요.
are you seriously gonna keep your blog both in Korean & English? that's gonna be a lot of work i guess... which one do you wring first??
Since I built this site primarily as my portfolio, it has to be American-friendly, i.e. in English, to attract potential clients. You know, however, most of the people who already have been coming to my blog are Koreans and not necessarily speaking English that I cannot totally give up Korean contents.
Technically these are two separate blogs and I'll keep them separate. Sure it's a lot of work, but of course I'm not going to post every piece in two languages. Korean blog is basically for my family, friends and other Koreans, and English blog is for everyone else. While some contents might be translated and posted in both places, the others might not.
To answer your last question, the last two posts that appear in both languages were written in this Korean blog first, then in English. You'll see they are not exactly identical in wording though, for I regard the two blogs as independent and essentially sepa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