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han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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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업계획서를 쓰고 추천서를 받는 일은 할 때마다 속이 울렁거린다. 졸업후 2003년 대학원 입시를 준비할 때나 제대후 2007년 뉴욕 ITSP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나, 내가 써놓은 문장들을 보면 나는 멀미가 나곤 했다. 이러저러한 포부를 갖고, 여차저차한 계획을 가졌으니, 이리저리 공부해서, 요모조모 활용하겠노라고. 그럴 듯한 말들을 잔뜩 적어놓고 나면 왠지 나는 나 자신을 기만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내게 정말 야망과 포부와 비전이 있었던가. 내가 적어놓은 "진학을 희망하는 사유"들은 내 머리에서 나왔으되 내 마음을 담고 있진 못했다. 사실은 그저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숨어있기 좋은 안전한 상아탑에 내 자리 하나 챙기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허풍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 또 다른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요즈음 나는 똑같은 고민을 마주하고 있다. 당신들이 내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는 이유, 내가 그 곳에 들어가 앉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언뜻 이제야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은 듯해 가슴이 뛰다가도, 또 언뜻 여전히 지적 허영심에 맹목적으로 이끌리는 것 같아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한다. 이제 더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허풍을 떨고 싶지도 않은데.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지 스스로 확신할 수가 없으니 그때 그 멀미는 아직도 오락가락 곁에서 머문다.


  • 이유와 포부를 250~500단어로 적으란다. 나도 아직 찾지 못한 내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정처없이 떠돌던 고민 끝에 나다움을 생각하고 인간다움을 생각한다. 나를 나답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다른 인간들의 존재라는 것, 타인과의 공존을 위해 교류와 소통이 불가결하다는 것과 깊은 소통의 방법을 찾기 위해 20대를 헤메고 달려왔다는 것. 유치하고 뻔한 듯도 하지만 이 이상의 대답은 당장 떠오르지가 않네.
2009/01/05 00:29 2009/01/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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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화 2009/01/05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또한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지 스스로 확신이 안서요 .
    매일 검사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럴 때마다 나랑 타협하는 꼴을 보게되니까 .
    그런데 ..
    이유와 포부를 250~500단어로 적으라는 것은 . 어우 ...

    • 범한 2009/01/05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을 시작하면 이내 장황해지는 경향이 있는 터라, 글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분량 채우는 건 별 문제가 안 되는 편입니다만. 그 장황해지는 버릇 덕분에 짧은 분량에 맞춰서 글쓰기는 언제나 좀 빡빡하더라구요. 왕년에 쓰던 1600자 논술이나 대학 다니면서 지겹게 써대던 보고서들에 비교하면 500단어는 너무 짧으니까요. 일단 500단어 학업계획서는 어제 밤에 끝냈는데, 추가로 1500단어 에세이를 써야해서 오늘밤도 잠을 이루지 못할 듯.